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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5개월 앞 수사판 된 대선, 검찰·공수처 칼끝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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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오른쪽)·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42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오른쪽)·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42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검찰’이란 단어가 26번 등장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검찰이 이재명 후보가 녹취록 속 ‘그분’이 아니라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이 30회 언급된 전날 국민의힘 최고위도 마찬가지였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대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판은 온통 검찰 수사로 도배질되고 있다. 대장동 의혹 수사가 조금씩 진척될 때마다 여야의 공방전이 치열하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은 이재명 후보가 공직자 신분(성남시장)일 때 벌어진 사건이란 점에서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도 결과에 따라 본선 향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이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의 운명이 검찰에 달렸다”(여당 전직 의원)는 말이 나온다.

김오수

김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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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검찰 수사 어디에 집중할까=대장동 의혹 사건 공방의 승패는 검찰의 수사가 ▶배임 혐의 ▶50억 클럽 뇌물 혐의 중 어디에 집중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안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영장에 명시된 범죄 혐의의 양대 축이다.

특수통 출신 한 변호사는 “배임 수사에 집중하면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여권에, 곽상도 무소속 의원 등의 뇌물 수사에 주력하면 야권에 정치적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수사팀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대장동 개발이 결국 성남시에 수천억원대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것으로 인정되면 이 지사가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검찰이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으로 윤곽이 드러난 곽 의원 등 ‘50억 클럽’ 실체 규명에 주력하면 불길이 야권을 향할 수 있다.

지난 7일 열린민주TV에 나온 이재명 후보는 배임 혐의 수사에 대해 "‘이재명도 공범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원래 부패 사건 수사는 돈 종착지를 먼저 뒤져서 잡고 그다음 돈이 왜 생겼느냐로 가는 건데, 뜬금없이 이쪽 먼저 하고 급하게 배임이라고 했는데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50억 클럽’ 리스트 수사 앞에 방어선을 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검경은 이 사건의 줄기에 해당되는 몸통(배임 의혹) 수사는 내팽개친 채 곁가지 사건에만 시간을 투입하며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다만 ‘50억 클럽’ 중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수사엔 기대감도 갖고 있다.

김진욱

김진욱

②이·윤 얼마만큼 관여했나=대장동 비리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최종 관심사는 이 후보와 윤 전 총장이 각 사건을 사전에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후보를 “배임의 공범”(4일 김용남 대변인)으로 모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17일엔 윤 전 총장 본인이 페이스북에 이 후보를 향해 “배임 행각이 상습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국민의힘 측이 연일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결재한 문건들을 찾아 공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에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규명 TF’ 첫 회의에 나와 “(검찰 출신 변호사도) 검찰청이 문 닫아야 할 정도의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개탄한다”며 “이런 일을 윤석열 지시·당부 없이 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TF 소속의 한 인사는 “이미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개입한 사실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만큼 윤 후보의 개입 여부에 공세의 초점을 맞출 때”라고 말했다.

③비전 사라진 대선=SBS가 지난 12~13일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7%가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에 긍정 응답했다.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55.7%였다.(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두 사건 모두 진상규명 여론이 높은 셈이지만 대선을 1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수사가 특정 후보를 향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공통된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후보 본인이 조사 및 기소 대상에 오르면 후보직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검찰이든 공수처든 그 지점에 이르면 정치 개입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안통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과거 12월 대선을 기준으로 최소 6개월 전, 상반기까지는 가급적 모든 수사를 마무리하는 게 정치 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한 암묵적 관례였다”면서 “지금은 충분히 부담이 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여야 협상과 합의라는 최소한의 ‘놈(norm·규범)’을 상실한 정치권이 양극단에서 권력 전쟁에 몰두 중”이라며 “경제·외교 등 유권자들의 중립적 선택을 유도할 정책 역량, 비전 제시는 오래전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정치적 다툼을 사법적 형태로 풀어내려고 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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