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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은 군중속 숨어 있었다…英의원 백주대낮 피살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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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아메스(69) 하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남동부 에식스주 지역구를 찾았다가 괴한에 피살당했다. [AP=연합뉴스]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아메스(69) 하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남동부 에식스주 지역구를 찾았다가 괴한에 피살당했다. [AP=연합뉴스]

영국에서 백주대낮에 현직 국회의원이 괴한의 칼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2016년 현직 의원이 노상에서 피습 당한지 5년 만에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보수당 하원의원 지역구서 피습 #소말리아 출신 영국 국적자 체포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 조사중"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보수당의 데이비드 에이미스(69·사우스엔드) 하원의원이 전날 낮 12시께 런던 동부 에식스주 리온시(Leigh-on-Sea) 지역의 벨페어스 감리교회를 찾았다가 한 남성의 습격을 받았다. 목격자들은 범인이 현장에서 군중에 섞여 에이미스 의원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품에서 칼을 꺼내 여러 차례 그를 찔렀다고 전했다. 이에 경찰과 구급대가 출동해 응급조치를 했지만 에이미스 의원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에이미스 의원은 정치 경력 38년의 베테랑 의원으로 리온시가 포함된 사우스엔드 선거구에서는 1997년부터 내리 7선을 했다. 지역구 유권자들과 면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메트로폴리탄 경찰은 현장을 벗어나지 않고 있던 25살의 용의자 알리 하비 알리(25)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흉기도 현장에서 수거했다.

영국 에식스주의 리온시 벨페어스 감리교회에서 15일(현지시간) 낮 12시께 데이비드 아메스(69) 하원의원이 괴한의 칼에 찔렸다. 경찰과 구급대원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아메스 의원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영국 에식스주의 리온시 벨페어스 감리교회에서 15일(현지시간) 낮 12시께 데이비드 아메스(69) 하원의원이 괴한의 칼에 찔렸다. 경찰과 구급대원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아메스 의원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용의자 알리는 소말리아 출신의 영국 국적자로, 경찰은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된 잠재적인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번 사건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했다. 알리는 영국의 국내 정보부(MI5)가 주시한 요주의 인물 명단에는 없었지만, 영국 정부가 이슬람 커뮤니티의 급진화를 예방하기 위해 진행하는 테러 방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은 있다고 한다. 살인 혐의로 체포된 그는 테러방지법에 따라 런던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6일 “우리는 오늘 훌륭한 공직자이자 친구, 동료를 잃었다”며 “모두의 마음은 그의 죽음에 대한 충격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야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프리티 파텔 내무부 장관 등과 피살 현장을 찾아 헌화했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오른쪽)가 16일(현지시간) 아메스 의원이 피습 당한 벨페어스 교회에 헌화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야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프리티 파텔 내무부 장관도 동석했다. [EPA=연합뉴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오른쪽)가 16일(현지시간) 아메스 의원이 피습 당한 벨페어스 교회에 헌화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야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프리티 파텔 내무부 장관도 동석했다. [EPA=연합뉴스]

런던의 국회의사당에는 국기가 조기 게양됐다. 린지 호일 하원의장은 이례적으로 영국 주간 옵서버에 기고문을 냈다. 그는 “정치인과의 의견 충돌은 협박이나 살인이 아닌 투표소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공격을 유발하는 증오는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끔찍한 비극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정치적 담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더욱 친절해야 하고, 서로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2016년 노동당의 조 콕스 의원 피습 이후 5년 만에 또다시 현직 의원이 공공장소에서 피살당하면서 영국 정치인들의 안전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표결을 앞두고 한 50대 극우성향 남성이 거리에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는 콕스 의원을 향해 총을 쏘고 흉기를 휘둘렀다. “브렉시트를 반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이 데이비드 아메스 의원의 피살 소식을 1면에 다룬 모습.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이 데이비드 아메스 의원의 피살 소식을 1면에 다룬 모습. [AFP=연합뉴스]

최근 몇년 새 현직 의원들을 타깃으로 한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회 관계자는 가디언에 “현재 국회의원을 위협하거나 학대한 혐의로 구금, 재판 중인 이들의 숫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며 “일종의 ‘영국병(British disease)’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의원을 향한 범죄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에이미스 의원은 런던 이스트엔드 태생의 ‘흙수저’ 출신 정치인이었다. 1983년 하원에 입성한 뒤 38년 간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연료 빈곤층(영국에서 가난으로 난방을 하지 못하는 인구)’을 퇴치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동물 복지 관련 입법을 주도했다. 아내 줄리아와 5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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