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국적회복 신청 34세…法 "병역기피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17 11:44

판사 이미지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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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한국 국적을 포기한 34세 남성의 국적회복 신청에 정부는 병역기피를 의심하며 불허했으나, 법원은 병역기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미국 국적인 A씨가 "국적 회복을 불허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86년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2003년 한국 국적을 포기했으나, 17년 만인 지난해 4월 국적회복을 신청했다. '한국인인 부모님과 한국에서 살면서 경제활동과 학업을 계속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A씨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A씨가 17년 전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은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었다고 판단해 A씨의 국적회복 신청을 지난해 12월 불허 처분했다. A씨는 법무부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볼 때 원고가 국적을 상실할 당시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국적을 포기하기 전까지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낸 점에 비춰볼 때 병역기피보다 실제 미국에서 생활하려는 뜻이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해석이다.

A씨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경위도 재판부가 A씨의 손을 들어준 판단 근거가 됐다. A씨는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2009년께부터 환청을 듣기 시작한 뒤 한국에 돌아와 치료를 시작했고 이후 증세가 심해져 2011년 자해 소동을 벌였다. 한국 병원에서는 A씨에게 편집성 조현병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고, A씨는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 수차례 외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한국에서 주로 생활하게 된 것과 국적회복 신청을 한 것은 국적을 상실할 당시 예상할 수 없던 정신질환이 2009년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적 회복을 신청한 시점 A씨의 나이가 현역 입영이 가능한 나이였다는 점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국적회복을 신청할 당시 A씨의 나이는 33세 8개월이었다. 병역법에 따르면 국적 회복 허가를 받은 사람의 병역 의무는 38세에 면제된다. 36세 이상일 경우 병무청 재량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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