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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되는 홀몸 노인들…노래 불러주는 로봇·책 읽어주는 봉사자 등장

중앙일보

입력

반려로봇 호순이와 어르신. 사진 종로구

반려로봇 호순이와 어르신. 사진 종로구

“할머니, 저랑 같이 머리가 건강해지는 체조 해요.”

혼자 사는 어르신과 살면서 매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복약 시간을 알려주고, 최신 트로트를 재생해주기도 하는 ‘돌봄 로봇’이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홀몸노인들의 고립이 심화하면서 이 같은 비대면 돌봄 서비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 35.1%

최근 홀몸노인 가구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외로운 노인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홀로 사는 노인이 지난해 기준 166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고령자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35.1%다. 통계청은 혼자 사는 노인 가구가 2037년에는 2배 수준인 335만 가구, 2047년에는 405만 가구에 이를 거라고 전망한다.

홀몸 노인 수는 갈수록 느는데 코로나19로 기존처럼 직접 대면이 불가능해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다채로운 노력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특히 ‘로봇’을 활용한 돌봄이 확산하는 추세다. 최근 종로구, 마포구 등 홀몸노인들을 대상으로 반려 로봇을 활용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봉제 인형의 외형을 한 이 반려 로봇에는 여러 기능이 탑재돼 있다. 보호자와 구청, 동 주민센터에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기기에 접속해 해당 주민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체 감지 센서가 내장돼 있어 일정 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으면 안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알림을 담당 공무원에게 보낸다.

약 복용 여부나 식사 확인 현황도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고 병원, 복지관 등 일정을 설정하면 알림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용자가 로봇의 손을 3초 이상 누르면 보호자에게 전화 요청 메시지를 전송해주는 기능도 있다.

우울 지수 감소하고, 위급상황 막기도

효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어르신들에게 ‘효돌이’ 20대를 보급한 전남 동구청에 따르면 보급한 대상 어르신들의 우울 지수가 9.7점에서 3.7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일상생활 관리(복약ㆍ식사ㆍ체조) 어려움 지수도 16.8점에서 10.2점으로 내려가는 등 자가 건강관리 측면에서 크게 향상됐다.

지난 6월 대구 수성구청에서는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진 노인이 가까이 있던 돌봄 로봇의 손을 꼭 잡아 목숨을 건지는 일도 있었다. 과거 간암 수술한 적이 있던 어르신은 당시 의식은 있었으나 거동을 할 수 없었고, 로봇의 기능을 활용해 위급한 상황임을 담당 공무원에게 알려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할머니가 주말 아침에 쓰러지면서 인형을 만져서 담당자 연락이 왔고, 담당자가 방문해 쓰러져 계신 걸 확인하고 구조를 요청한 것”이라며 “다들 처음에는 낯설어하다가, 인형이 말을 자꾸 걸고 노래도 불러주고 하니까 익숙해져서 손주처럼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전화로 책 읽어드려요”

대구광역시노인종합복지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 우리춤 체조, 요가교실 등 다양한 강의영상이 준비돼 있다. 유튜브 캡처

대구광역시노인종합복지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 우리춤 체조, 요가교실 등 다양한 강의영상이 준비돼 있다. 유튜브 캡처

홀로 사는 어르신의 외로움을 덜고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선 만남’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광주 동구는 어르신들에게 전화로 책 읽어드리는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최근 홀몸 노인 가정 방문이 불가능해 고안된 활동이다. 프로그램은 매주 한 차례 낭독활동가가 전화로 20분가량 책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소외감 해소와 어르신 독서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노인복지관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댄스 교실, 요가수업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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