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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수 심상정 '마지막 소명'…민주 지지층 反이재명표, 흡수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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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번 대선 도전을 ‘마지막 소명’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더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까지 모두 합쳐 4수째인 그에겐 ‘또 상정’이라는 비판도 달리지만, 결국 정의당 당원들은 심 후보가 내민 마지막 손을 잡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상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상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00% 당원 투표로 진행된 12일 경선 결선 투표에서 “당원들은 아슬아슬한 표차로 본선 경쟁력을 선택”(여영국 대표)했다. ‘세대교체’를 내건 이정미 전 대표를 264표(2.24% 포인트) 차로 꺾었다. 이런 결과에 심 후보는 “대선 후보는 심상정이 돼야 한다는 당원들의 절박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의 정치적 전망을 열어내는 역할을 당원들이 저에게 부여한 것”이라는 의미를 덧댔다.

민주당과 차별화 나선 沈…민주당 이탈층 흡수할까

후보 선출 후 13일 첫 공식 일정으로 정의당의 상징이었던 고(故) 노회찬 전 의원 묘소부터 찾은 건, 정의당 본색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심 후보는 8월 29일 출마 선언 때부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큰 차이가 없다”며 차별화를 내세웠다. 후보 선출 감사 연설에선 “민주당은 가짜 진보로 넘쳐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단일화 여부엔 “관심 없다”고 수차례 공언했고, 오히려 “이번 대선은 심상정으로 단일화해야 승리할 수 있다”(13일 라디오)며 역(逆) 단일화를 제안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에겐 “누가 부동산 투기공화국 해체 적임자인지 무제한 양자토론을 제안한다”(12일 감사 연설)며 대립각을 세웠다. 연일 대장동 특검을 주장하는 그는 13일 라디오에선 이 후보의 대장동 사업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민주당 내에서 (이 후보의 배임) 우려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13일 라디오)며 민주당 내 틈새를 노렸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선 이낙연 전 대표 측의 ‘경선 불복’ 논란 이후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ㆍ리얼미터의 ‘이재명ㆍ윤석열ㆍ심상정ㆍ안철수 4자 가상 대결’ 조사(11~12일)에서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한 사람’(604명) 중 고작 14.2%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vs 윤석열 vs 심상정 vs 안철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재명 vs 윤석열 vs 심상정 vs 안철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이 후보 대신 선택한 쪽은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40.3%)이 많았다. 심 후보는 4.9% 지지율만 흡수했지만, 내심 “아무리 이재명이 싫어도, 민주당원들이 윤석열을 찍겠느냐. 결국 민주당 이탈표는 심 후보 쪽으로 옮겨올 것”(심상정 캠프 관계자)이란 기대가 있다. 이와 관련 심 후보는 윤석열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연일 제기하며 ‘윤석열 리스크’를 부각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대선이 ‘비호감 대선’으로 흐르는 점이, 심 후보에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민주당), 윤석열ㆍ홍준표(이상 국민의힘) 등 양당 대선 주자들의 비호감도가 50% 이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정의당과 심상정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긴 했으나, ‘심블리’라는 별명이 있는 심 후보는 다른 주자들에 비해 부패 이미지는 가장 적다”며 “양당 후보에 실망한 민심이 심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표 방지 심리, 당내 분란…넘어야 할 고비 산적

다만 심 후보가 넘어야 할 현실적 고비도 적지 않다. 재집권과 정권 교체라는 거대 여야 지지층의 열망이 대선판을 집어삼킬 수 있다. 양당도 “본선은 2~3% 박빙의 승부”(7월 14일, 이재명 후보), “지금 대선 하면 박빙이거나 5% 포인트 차이 패배”(지난달 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라며 위기감을 고조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양측의 사표 방지 심리가 커지면서 제3후보의 확장력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정의당 내부의 분란 요소도 있다. 2019년 조국 사태에서 보인 지도부의 애매한 태도가 계기였는데, 당시 당 대표가 심 후보였다. 민주당과 연대해 통과시킨 연동형 비례제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뒤통수’를 맞았고, 지난 총선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6석)를 받았다. 이에 총선 직후 심 후보는 “모든 책임은 제가 감당하겠다”며 대표직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조기 사퇴했다.

정의당 대표 시절의 심상정 후보. 사진은 2020년 9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반지하 가구 주거권 실현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정의당 대표 시절의 심상정 후보. 사진은 2020년 9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반지하 가구 주거권 실현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8월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을 거부한 같은 당 류호정ㆍ장혜영 의원과 관련해선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류 의원은 경선에서 이정미 전 대표를 지지했고, 심 후보를 겨냥한 ‘제껴라, 믿는다’란 슬로건을 만들었다. 정의당 관계자는 “전체 구도는 제3당에 불리한 팽팽한 양당 구도이고, 내부엔 심 후보에게 실망한 당원들이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이런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가 심상정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당내 여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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