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한층 싹 바꾼 '신의한수'...남성들 명품에 지갑 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16 08:00

업데이트 2021.10.16 08:13

이재용 갤러리아백화점 상품본부 차장은 남성명품 강화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해 명품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사진 갤러리아]

이재용 갤러리아백화점 상품본부 차장은 남성명품 강화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해 명품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사진 갤러리아]

요즘 어느 백화점을 가나 명품 남성 전용 매장을 찾아볼 수 있다. 1~2년 전만해도 남성 명품은 매장 한쪽에 옹색하게 자리한 게 대부분였지만, 이제는 백화점 한 층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그만큼 남성 명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가 맞물리며 올해 남성 명품 시장은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잡썰31] 이재용 갤러리아백화점 남성명품 MD

코로나 전부터 남성 명품 강화

이런 흐름을 예견이라도 한 듯 2년 전부터 백화점업계에서 파격적으로 남성 명품을 확대한 상품기획자(MD)가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상품본부의 이재용(44) 차장이다. 남성 명품과 하이 주얼리 담당인 이 차장은 2019년 서울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 4층을 싹 바꿨다. 루이비통·디올·셀린느·프라다·펜디의 남성 상품을 순차적으로 들여와 아예 명품 남성 전용 매장으로 꾸몄다.

이 차장은 “당시 백화점 내부에서 ‘너무 과한 것 아니냐’ ‘남성 명품이 시장성이 있냐’ 등 우려가 컸다”며 “매장 인테리어 공사 기간은 매출을 포기해야 하는 만큼 만만찮은 도전이었다”고 떠올렸다.

갤러리아명품관의 남성 편집샵 G.STREET 494 HOMME 매장. [사진 갤러리아]

갤러리아명품관의 남성 편집샵 G.STREET 494 HOMME 매장. [사진 갤러리아]

이재용 갤러리아백화점 상품본부 차장은 “럭셔리 브랜드는 패션을 넘어 리빙으로 상품 카테고리가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갤러리아]

이재용 갤러리아백화점 상품본부 차장은 “럭셔리 브랜드는 패션을 넘어 리빙으로 상품 카테고리가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갤러리아]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차장의 남성 명품 강화 전략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코로나19가 터진 후 MZ세대와 젊은 남성까지 명품에 지갑을 열며 백화점 매출이 급등했다. 실제 백화점은 작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명품 매출 덕분에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요즘 명품 열풍의 특징은 MZ세대와 남성의 명품 구매가 매출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아진 점이다. 갤러리아에서 올해 1~9월 30·40대 남성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65% 신장했고, 2019년 대비 107% 커졌다.

“명품 트렌드 먼저 읽은 덕분” 

이 차장은 “사실 해외에선 2017년쯤부터 남성 명품 시장이 ‘핫’해질 조짐이 보였다”며 “루이비통이 스트리트 성향이 강한 패션 디자이너 킴 존스를 영입해 미국 캐주얼 웨어 브랜드 슈프림과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했다. 이런 이색 조합은 MZ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디올이 나이키 조던과 협업한 ‘디올 조던’ 운동화를 내놨다. 가격이 300만원였는데 리셀가(되파는 가격)가 순식간에 1000만원으로 뛰었다. 젊은층이 세 배가 넘는 웃돈을 주고 살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이 차장은 “명품이 젊은층에게 손쉽게 다가서는 계기가 됐고 ‘힙’한 상품이 됐다”며 “국내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백화점업계에서 남성전용 매장을 발 빠르게 오픈한 덕에 지난해 3월엔 국내 처음으로 셀린느 남성 매장을 유치했다. 명품이 장사가 되자 백화점업계는 어느 때보다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이 차장은 “매 분기 명품 브랜드의 신규 컬렉션과 단독 상품 팝업 스토어(이벤트 매장) 유치를 두고 백화점마다 물밑 경쟁이 뜨겁다”고 귀띔했다. 갤러리아는 2019년부터 명품관 이스트 1층을 명품 브랜드 팝업 공간으로 지정했다.

이 차장은 올해 또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남성 명품에 이어 이번엔 하이엔드(초고가) 시계와 주얼리 강화 전략이다. 그는 “코로나19로 결혼식이 간소해졌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반지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명품 상품군이 의류·가방에서 시계·주얼리로 계속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지난 4월 불가리 남성전용 매장을 국내 처음으로 열었다. 이어 타사키(8월), 쇼메(9월) 매장도 오픈했다.

서울 갤러리아 명품관의 불가리 남성 전용 매장. [사진 갤러리아]

서울 갤러리아 명품관의 불가리 남성 전용 매장. [사진 갤러리아]

이 차장은 “남성도 의류·신발만 사다가 이젠 시계·주얼리 구매 수요가 늘었다. 럭셔리 브랜드는 계속해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올·티파니·펜디 등이 식음료와 결합한 카페를 오픈하고, 루이비통이 가구 전시회를 여는 등 패션을 넘어 리빙으로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럭셔리 브랜드는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갤러리아도 다양한 브랜드 유치와 매장 리뉴얼로 명품 손님 집객에 공을 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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