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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귀농 13% 증가, 창업하듯 첨단영농 몰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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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호 01면

[SPECIAL REPORT]
청년귀농의 진화

12일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에 위치한 포천딸기힐링팜에서 전동휠을 탄 안해성 대표가 모바일 앱으로 농장의 온도와 습도, 채광 등을 점검하고 있다. 포천딸기힐링팜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PC·모바일에서 원격으로 농장을 관리하는 스마트팜이다. 자동으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물 생육에 최적인 환경이 유지된다. 정준희 기자

12일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에 위치한 포천딸기힐링팜에서 전동휠을 탄 안해성 대표가 모바일 앱으로 농장의 온도와 습도, 채광 등을 점검하고 있다. 포천딸기힐링팜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PC·모바일에서 원격으로 농장을 관리하는 스마트팜이다. 자동으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물 생육에 최적인 환경이 유지된다. 정준희 기자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주인공 혜진은 명문대를 졸업한 치과의사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이지만 서울에서의 의사 생활도 녹록지 않다. 어릴 적 추억을 찾아 한 바닷가 마을로 여행을 떠난 그녀는 내친김에 그곳에 치과를 개원하고, 정착한다. 혜진이 마을에서 만난 두식은 뚜렷한 직업 없이 마을 사람들의 일거리를 도와 ‘홍반장’으로 불리지만 알고 보면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다. 복잡한 도시생활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시골 동네를 찾은 두 청춘의 로맨스는 이 시대 청년들이 꿈꾸는 새로운 이상향을 반영한 듯하다.

지난해 귀농·귀촌 행렬 가운데 30대 가구수는 전년 대비 12.7% 늘어난 1362가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0~40대 젊은 층의 귀농 비중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이들이 농촌에서의 삶을 택한 이유는 다양하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무한경쟁은 직장에 들어가서도 계속되고, 그마저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치솟는 집값과 물가는 청춘들을 자꾸만 도시 밖으로 밀어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집콕 생활’이 길어지자 가뜩이나 팍팍했던 도시에서의 생활이 더욱 숨통을 옥죈다. 코로나 블루에 지친 청춘들의 지난 여름 휴가 트렌드는 ‘촌캉스(시골+바캉스)’였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여행 삼아 떠난 그곳에 반해 귀농·귀촌을 꿈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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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귀농은 단순히 젊은 농부가 되는 것에서 ‘반농반X’와 농업 분야 스타트업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이면 식당 운영이나 미술 교습 등 원하던 일을 하는 반농반X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에게 매력적인 대안이다. 강남 병원의 의사 선생님도, 호텔 쉐프를 꿈꾸던 젊은 요리사도 예외는 아니다. 농촌을 창업의 장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안해성(38) 포천딸기힐링팜 대표는 연봉 8000만원의 건설사 연구직을 그만두고 지난해부터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스마트팜은 어느 분야 못지않은 첨단 분야”라고 말했다. 미대를 나온 디자이너가 고향으로 돌아가 온라인장터를 창업하기도 한다.

청년귀농이 줄을 잇지만 시골 생활이 마냥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텃밭 한번 가꿔보지 않은 도시 청년들에게 작물을 선정하고 씨앗을 뿌려 기르고 수확하는 일 하나하나가 새로운 도전이나 다름없다. 시골에서의 삶 그 자체도 농사만큼이나 낯설다. 농촌 생활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도시에서의 편리함을 맞바꿀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문화생활은커녕 배달음식 한번 시키는데도 번거로움이 따른다. ‘도시 깍쟁이들이라 공동체 문화를 모른다’ ‘비싼 대학 등록금 대줬는데 취직도 못하고 내려왔다’는 주민들의 시선은 덤이다. 물정 모르는 초보 농부를 노리는 사기꾼도 적지 않다. 무작정 시골행을 감행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내비친다.

농촌에 정착한 이들은 “귀농은 준비 없는 창업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서도 초보 농부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꽃길이 될지 가시밭길이 될지는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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