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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왕(王)자 쓰고 이상한 분한테 국정 배우면 큰일 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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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호 05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지도부의 축하를 받은 뒤 꽃다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지도부의 축하를 받은 뒤 꽃다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왕(王)자를 쓰시고 무슨 이상한 이름 가지신 분한테 가서 국정을 배우면 나라가 큰일 난다. 지금이라도 스승을 바꾸고 제대로 공부했으면 좋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윤 전 총장이 전날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데 대해서도 “본인 (눈 안의) 들보는 안 보고 남의 눈에 있는 티를 찾아 침소봉대한 뒤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게 검찰 권력을 행사한 것을 반성하고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균형 감각이 있어야 하고 이중 잣대를 대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허물만 찾는 게 원래 평생 직업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젠 본인의 한계를 좀 인정하시는 게 어떻겠느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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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엔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은 국민께 사죄하고 후보 사퇴는 물론 정치 활동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며 “그것이 그나마 검찰의 명예를 지키고 대한민국 공직자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라고 적었다. 이 글에는 “마치 친일파가 신분을 위장해 독립군 행세를 하는 것” “치밀한 피해자 코스프레로 문재인 정부에 저항하는 이미지를 만든 뒤 야당 후보로 변신” “윤석열 검찰은 국기 문란, 헌법 파괴, 범죄 집단 그 자체” 등 이 후보 특유의 ‘사이다 어법’도 가득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선 경선이 끝난 뒤 처음으로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의원총회 분위기는 이 후보의 ‘원내 출정식’에 가까웠다.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넥타이를 맨 이 후보는 이날 의원들의 기립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의원들과 주먹 인사를 주고받으며 회의장에 입장했다. 이어 단상에 선 이 후보는 17분30초 분량의 연설을 통해 자신의 구상을 하나하나 풀어냈다.

이 후보가 우선 강조한 당면 과제는 ‘진영 결집’을 통한 대선 승리였다. 이 후보는 “첫째 (과제)는 내년 대선에서 우리 민주개혁 진영이 승리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원팀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선 기간 불거진 당내 갈등에 대해 “콘크리트가 되기 위해서는 시멘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큰 차이는 오히려 큰 시너지의 원천”이라며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할 때 1+1은 2가 아니라 3이 되고 4가 돼서 앞으로 맞이할 큰 장벽을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자신의 국가 운영 기조인 공정성 확보와 민생·개혁, 성장성 회복 등에도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공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서 우리의 자원과 기회가 제대로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4기 민주정부가 큰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생활 현장의 민생 과제들을 조금씩 해결해 나가면 그게 쌓이고 쌓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더 개혁적이고 더 민생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성장성 회복과 관련해서는 “공정성 회복을 통해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탄소 제로 시대와 디지털화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계기로 대대적 투자를 통해 다른 국가들보다 딱 반 발짝만 앞서가면 엄청난 기회를 누리는 선도 국가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의 의원총회 연설에 대해 당내에선 “이 후보가 경선 후유증 극복과 사이다 본능 회복에 시동을 건 모습” “수세에서 공세로의 국면 전환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 등의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의 표정도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연설을 마친 뒤엔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경선 기간 내내 자신에 대해 독설을 멈추지 않았던 설훈 의원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후보가 “한번 안아 주시죠”라며 먼저 팔을 벌렸고, 이에 설 의원도 이 후보와 포옹한 뒤 “열심히 하셔”라고 화답했다.

다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대장동 논란’은 이 후보가 넘어서야 할 난관이자 숙제다. 이 후보는 18일과 20일 경기지사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과의 대대적인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주변에선 “정면돌파가 이재명의 특기”(정성호 의원)라며 국감장 기싸움에서 이 후보가 결코 쉽게 밀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을 ‘국민의 짐’이라고 비판하는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며 팽팽히 맞섰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이 지사 임기 동안 경기도 홍보 예산이 남경필 전 지사 때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이 후보가 “음해·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의 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라고 맞대응하면서다.

이에 박 의원이 “제1야당 당명을 놓고 국민의 짐이 뭐냐”고 따지자 이 후보는 “그런 얘길 들을 정도로 하시면 안 된다는 충고를 드리는 거다. 국민의 짐이 진짜 안 되길 바란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은 이 후보의 ‘화력’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올해 국감에서도 이에 못지않게 뜨거운 공방이 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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