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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曰] 차악 선택 강요하는 대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8호 30면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제20대 대선을 넉 달여 앞둔 지금 열성 지지자들을 제외한 일반 유권자들은 왠지 떨떠름하기만 하다. 후보들이 점점 더 상처투성이가 돼 가고 있어 딱히 마음을 내주고 싶은 사람을 찾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러다가는 정말 최선이 아닌 차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최악이 아닌 차악의 후보를 선출하는 대선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재명 후보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대장동’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성남시장으로 있던 시절 벌어졌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스스로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 강조했지만 이젠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4일 이 후보가 “수사범주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상처투성이 돼 가는 여야 후보들
정치혐오 불러 유권자들은 우울

야당은 이 후보가 개발 비리의 ‘몸통’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을 두고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 녹취록에 나오는 ‘그분’이 바로 이 후보일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정수 중앙지검장은 “그분은 정치인 그분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일 때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출자승인 관련 검토 보고서 등에 직접 서명했으며 사업 추진 과정에 개입했거나 최소한 보고를 받았을 수 있다. 이 후보는 또 이미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야당 후보들의 경선 토론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우는 기본소득 공약 등에 대응할 정책과 비전은 온데간데없고 막말잔치만 무성하다. 같은 당의 후보들을 경선 상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꼴이 가관이다. 벌써부터 본경선 전후 내분 위기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런 기본도 안 돼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섰다니 유권자를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 이건 아니다 싶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야 양쪽에서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천공스님 정법 영상’이나 ‘손바닥 왕(王)자’ 같은 유치한 무속·역술·주술 논란은 작은 시빗거리로 보일 정도다. ‘청약 통장’ 운운 등 실언 시리즈도 이어지고 있다. 자질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고발 사주 의혹,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앞잡이 논란 등등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해명거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홍준표 의원의 막말은 거의 금메달감이다. 대선에 재도전하는 그는 같은 당의 다른 후보를 향해 욕설에 가까운 거침없는 말들을 연일 쏟아붓고 있다. 품격이란 도대체 찾아보기가 어렵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문 대통령과 한편이 돼 보수 궤멸에 선봉장인 된 공로로 벼락출세를 두 번이나 했다”고 했다. 또 “조국 수사는 잘못됐고, 과잉수사였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토론회에서는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 “그 못된 버르장머리” “저것” “철딱서니 없이”라며 윤 전 총장을 공격했다.

이는 당연히 중도층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해 결국 당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힘은 당 지지도보다는 개별 후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여론조가 결과가 많다. 당 대선 후보가 그동안 경선을 벌였던 다른 후보들과 등을 지며 다 내칠 수도 있다. 자중지란을 벌이는 콩가루 집안이 과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이번 대선은 ‘비호감 선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세간에서는 영화 제목에 빗대어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들이 대선에서 판을 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돈다. 정치혐오증을 부르는 참 우울한 대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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