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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대안과 공감 능력이 실종된 야당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8호 31면

박신홍 정치에디터

박신홍 정치에디터

내년 3월 대선에 나설 국민의힘 후보가 네 명으로 압축됐다. 앞으로 3주 뒤인 다음 달 5일엔 최종 후보가 선출되고, 이후 여야는 넉 달간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치게 된다. 상황은 여전히 야권에 유리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야당 후보의 당선을 원한다는 응답이 50%를 훌쩍 넘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 지지자들의 답답함과 초조감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반문재인’과 ‘정권 교체’라는 두 개의 구심점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데도 후보들 지지율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시대의 화두를 선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선은 늘 당시 시대정신에 부합한 자의 차지였다. 시대정신은 국민이 가장 바라는 바의 총합이자 교집합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러 키워드가 거론되는 가운데 유권자 대다수는 ‘유능함’과 ‘공감 능력’을 공통적인 화두로 꼽고 있다. 21세기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위기의 대한민국에 희망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소외된 구성원을 보듬고 갈라진 한국 사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열린 마음과 포용력이 그것이다.

이웃의 아픔 해결하는 게 정치 본질

이슈 선점 없이는 대선 승리 힘들어

하지만 지금의 야당 후보 중 이런 유능함을 입증해 보인 후보가 있었는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핵심 어젠다 두세 개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김호기 교수의 제언에 비춰볼 때 의제 하나라도 제대로 선보인 후보가 과연 있었는가. 이재명 후보의 기본 시리즈를 비판만 할 뿐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후보가 있었는가. 지금 야권의 논쟁 이슈에 무속과 실언 말고 그 어떤 정책 비전이 존재하는가. 이래서야 본선에서 부동층의 마음을 어떻게 얻고 40%의 벽은 어떻게 넘을 수 있겠는가.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조건으로 비르투(virtu·역량과 의지)와 포르투나(fortuna·시대의 행운)를 꼽았는데, 지금 야당 후보들은 ‘묻지 마’ 지지층에 심취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려고 노력하긴커녕 요행만 바라고 있진 않은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도자의 덕목으로 덕(virtue)·용기(vigor)·비전(vision) 등 ‘3v’를 꼽았는데, 지금 야당 후보들은 오직 승리(victory)뿐이라며 엉뚱한 ‘v’만 좇고 있진 않은가. 그러다 유권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그럼 당신의 비전은 뭐냐”고 물을 때도 반문재인과 정권 교체만 외칠 건가. 그래도 대선에서 ‘무조건’ 이길 거라고 믿고 있는 건가.

더 큰 문제는 야당 후보들의 공감 능력 부재다. 코로나로 고통받는 영세 자영업자들, 양극화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서민들, 자살률이 급등하는 2030세대를 챙기는 행보는 언제쯤에나 시작하려고 여태껏 아껴두고 있는 것인가. 본선에 올라가면 달라질 거라는데, 출마 선언한 게 언젠데 경선 내내 이전투구에만 혈안이던 후보가 갑자기 ‘국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인들 누가 흔쾌히 수용할 수 있겠는가. 스포츠계 격언처럼 폼은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 있어도 ‘클라쓰’는 업그레이드되기 힘든 법.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건 장삼이사도 아는 세상 이치다.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정치공학적으로 기획과 모사를 아무리 잘해도 승리가 담보되지 않는 게 현실 정치다. 대선은 특히 그렇다. 야당의 네거티브 구호와 이슈 몰이 전략이 지지층엔 호소력이 클지 몰라도 그것만으론 대선 당일 중도층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 수 없다. 내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며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게 정치의 본질이다. 그리고 지금 야당의 숙제는 이를 위한 대안을 고민하고 실종된 공감 능력을 하루빨리 되찾는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3주 뒤면 본선 시작이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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