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을 자유보다 착용할 의무가 중요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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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호 20면

의무란 무엇인가

의무란 무엇인가

의무란 무엇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열린책들

“의무란 곧 우리에 대한 타인의 권리다.”(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의무는 많은 사람에게 차갑고, 혹독하고, 기분 나쁘게 들린다.” (노르웨이 작가 헨리크 입센) 니체와 입센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무를 편하게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의무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은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집합 제한도 지켜야 한다. 국가도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중차대한 의무를 지고 있다.

물론 이런 의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의 사생활과 기본권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면 국가가 전체적으로 모임의 인원수를 제한하거나 사람 간의 적절한 거리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적 이성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한마디로 탈의무·탈연대적 사고라 할 수 있다.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의무란 무엇인가』는 코로나 시대의 의무에 대한 철학적·정치적 고찰을 담고 있다. 그는 사회공동체의 생존을 위해서는 불편하기는 하지만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논리를 전개한다.

개인주의 전통과 문화가 강한 독일과 같은 서양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자기 결정권을 어떤 가치보다 중시해 왔다. 따라서 국가가 개인에게 지운 다양한 의무와 규제에 대해 서양에서는 우리보다 거부감이 컸다. 실제로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빈발했다. 심지어 ‘그런 조치들과 함께 사느니 차리리 코로나로 죽겠다’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 거부는 공동체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지난 8월 북마케도니아의 백신 접종 거부 시위대. [EPA=연합뉴스]

마스크 착용 거부는 공동체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지난 8월 북마케도니아의 백신 접종 거부 시위대. [EPA=연합뉴스]

그런데 지은이는 건강을 챙기는 것이 반드시 개인적 사안만은 아니며 특히 개인의 안일한 행동이 타인의 생명을 심대하게 위협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고 본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특히 약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그런 차원에서 ‘생체 정치(Biopolitique)’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생체 정치는 국가가 체계적으로 국민의 몸과 건강, 수명, 인구를 관리해 나가는 개념이다. 국가는 전염병의 확산을 예방하고, 질병을 퇴치하거나 완화시킴으로써 국가 개체군의 건강을 촉진해야 할 의무를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가 예방 및 약자와의 연대라는 의미에서 시민들에게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여하는 데 대해 독단적 행위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연대적 생체 정치의 의무를 다하는 일로 보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에 대한 의무 부과가 올바른 판단과 적절성의 원칙에 따라 이뤄졌는가 하는 것이다. 팬데믹을 정말 효과적으로 막을 정도로 합리적이었는가 살펴볼 필요는 있다.

프레히트는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유지되려면 자기 규율, 정의감, 공정성, 절제력, 공동체 의식이라는 미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국가는 시민이 국가의 일원으로서 자발적으로 자기 의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의무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고 모두가 함께 국가에 복무하는 것은 시민들의 일체감과 연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비타 악티바(vita activa), 즉 사회적으로 실천하고 행동하는 삶은 자기 효능감의 경험을 줄 수 있다. 지은이는 그런 차원에서 실천방안의 하나로 2년 동안의 사회봉사 의무 제도를 도입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고교 졸업 후 1년 동안 사회적 봉사 의무를 수행하고 은퇴했을 때 나머지 1년을 마저 채우는 방식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독일에서도 많은 비판과 지적이 따랐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방법론상의 문제라면 얼마든지 설득력 있는 다른 훌륭한 제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머지않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그 공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도 의무와 권리를 두고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의무에 대한 철학적 공감대가 없이는 코로나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동체와 개인의 의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깊게 해 볼 수 있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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