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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정용준…골라 읽는 소설집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8호 20면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문진영 외 6인
문학동네

한국은 문학상의 나라. 그렇다고 할 만큼 문학상이 차고 넘친다. 이런 현상이 반드시 시인·소설가에게만 좋은 건 아니다. 독자도 득을 본다. 문학상 수상작품집 형태로 고품질이 기대되는 시집·소설집이 출시돼서다.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문학상이 기리는 작가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부풀게 하는 책이다.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어서다.

하지만 올해 수상작품집을 집어 든 게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다. 맨 앞에 실린 문진영의 대상 수상작 ‘두 개의 방’. 이 단편의 첫 장면부터 눈길을 끈다. 산타바바라 연립주택, ‘술 산책’이라는 이름의 저녁 시간 활용법, 3년이 지나도록 1쇄를 다 못 팔고 있는 인기 시들한 저자, 이런 것들이 흥미를 자아낸다. 후딱 읽어 보니 제목처럼 심심한 듯 고즈넉한 작품인데 전문가의 시선은 다르다. 문학평론가 김화영씨는 이렇게 평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역동성의 진원을 드러내지 않은 채 까닭 모를 매혹의 힘을 행사하는 작품이라고. 이런 류의 수상작품집의 미덕은 나의 해석과 타인의 해석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정 사유에 해당하는 내용의 작품평을 싣는 경우가 많다.

손홍규의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은 이 작가의 글쓰기 온도가 몇 도에 이르렀는지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그는 지금 무척 뜨거워져 있다. 다른 어떤 나라에 견줘도 이야기의 스케일이나 밀도 면에서 뒤질 게 없다고 자부하는 한국 단편소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해도 좋겠다.

정용준의 ‘미스터 심플’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다. 인물들을 맞닥뜨려 대치시키는 정용준 소설 특유의 구도 아래 심플하게 슬퍼하고자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두 사람의 동병상련 비슷한 처지를 날렵하게 펼쳐 보인다. 좋은 소설 혹은 좋은 글을 쓰는 법을 일러주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밖에 윤대녕·황현진·안보윤·진연주가 각각 수상작품집에 작품을 보탰다. 정확하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184편의 단편 가운데 뽑힌 작품들이다.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심사위원들의 순위와 다른 내 마음속의 순위를 매겨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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