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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로 미드 볼까, 티빙으로 예능 볼까, 디즈니 애니 볼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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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호 15면

OTT ‘리모컨 전쟁’ 2라운드 

주부 김숙영(54)씨의 4인 가족은 최근 OTT(Over The Top·온라인 영상 서비스) 가입을 놓고 한바탕 의견 차이를 겪었다. 김씨는 주로 보고 싶은 콘텐트가 한드(한국 드라마)인데, 가장 유명한 넷플릭스엔 정작 한드가 많이 없다는 친구들 얘기에 고민이 된다. 김씨와 달리 미드(미국 드라마)나 할리우드 영화에 푹 빠진 남편은 넷플릭스 가입을 희망하며 김씨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씨는 “직장인 딸은 일드(일본 드라마), 대학생 아들은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싶어 한다”며 “각자 취향이 다른데 어떤 OTT 가입이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OTT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언택트 소비에 급성장하면서 기업뿐 아니라 각 가정의 남녀노소 역시 TV 앞에서 치열한 ‘리모컨 전쟁’을 펼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19년 52%에서 지난해 66.3%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께는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이용자의 리모컨 전쟁은 크게 ‘넷플릭스 대 토종 OTT’의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OTT 월간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가 910만 명, 토종 OTT 4곳이 총 889만 명으로 막상막하다. 토종 OTT 이용자는 웨이브(319만 명)·티빙(278만 명)·왓챠(151만 명)·시즌(141만 명) 순으로 많다.

국내 OTT이용률 연말께 70% 넘어설 듯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들 중 내게 맞는 OTT는 뭘까. 일단 이용료나 서비스 방식(정기 구독 등)은 거의 비슷하다. 어느 OTT를 선택하든 좀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면 더 좋은 화질로, 더 많은 기기에서, 더 많이 동시 시청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월 9500~1만4500원으로, 1만4500원짜리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면 영상을 울트라 HD의 고화질로 최대 4명까지 동시 시청할 수 있다. 웨이브는 월 7900~1만3900원이다. 단, 1만900원짜리 스탠다드 서비스부터 모바일·PC 외의 기기(TV 등)에서도 영상을 볼 수 있다.

티빙은 월 1만1900원짜리 무제한 서비스와 1만5900원짜리 무제한 플러스 서비스로 나뉜다. 전자는 일반 화질, 후자는 풀(full) HD이며 TV로 보려면 후자에 가입해야 한다. CJ ONE 회원이라면 각각 5900원, 9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왓챠는 월 7900~1만2900원으로 다른 OTT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각 OTT가 제공하는 부가기능엔 다소 차이가 있다. 예컨대 왓챠는 각 이용자가 콘텐트에 대한 평가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이를 참고해 콘텐트를 고를 수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본방송 바로보기가 가능하다. 넷플릭스·웨이브·왓챠는 맘에 든 콘텐트 저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콘텐트의 차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한드 ‘오징어게임’으로 전 세계적 인기를 끌긴 했지만, 한드보다는 글로벌 콘텐트가 풍부하다.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한다면 안전한 선택지다. 특히 ‘종이의 집’(스페인) ‘뤼팽’(프랑스)과 같은 비(非)영어권 콘텐트를 한국어 자막으로 안방에서 편히 볼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하지만 한드를 더 좋아한다면 다른 OTT로 눈을 돌릴 만하다. 한드 가운데 지상파 3사(KBS·MBC·SBS) 드라마를 좋아하고, 본방송 시청도 하려면 웨이브가 적합하다. 웨이브에는 과거에 방영됐던 드라마·예능 콘텐트도 많아 ‘추억의 명작’을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

유료방송 채널인 JTBC와 tvN, 채널A 등의 드라마·예능을 좋아한다면 티빙이 좋은 선택지다. 배우 고현정의 안방 복귀작인 JTBC ‘너를 닮은 사람’ 등 최신 콘텐트를 넷플릭스와 달리 본방송으로 실시간 볼 수 있고 과거 인기 콘텐트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일드는 왓챠에 많다. 왓챠는 이외에도 간혹 넷플릭스가 미처 확보하지 못한 인기작을 제공해 마니아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글로벌 대히트했던 미드 ‘왕좌의 게임’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라프텔이라는 OTT를 참고할 만하다. 현지 신작을 실시간 제공하는데, 월 이용료는 9900원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다음 달이면 또 하나의 OTT와 만나게 된다.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월트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다. 11월 12일 국내 출시가 예고된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외에도 스타워즈·픽사·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인기 지식재산권(IP)을 대거 보유해 국내 OTT 시장의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아이언맨 등이 나오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좋아하거나, 미국 애니메이션에 열광한다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가족 친화적 디즈니 콘텐트 ‘태풍의 눈’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이용료는 월 9900원 또는 연간 9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KT와 LG유플러스가 디즈니플러스와 손잡고, 경쟁사인 SK텔레콤(웨이브)과 승부에 나선다. 해외에서 먼저 선보인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를 맹추격하는 등 이미 글로벌 OTT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2분기까지 1억16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다. 이는 넷플릭스(2억900만 명)의 절반 수준이지만, 출시 2년이 안 된 후발주자임을 고려하면 폭발적 성장세다.

최믿음 동덕여대(커뮤니케이션콘텐츠전공) 교수는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달리 가족 친화적인 전 연령대 이용가의 콘텐츠 위주로 승부, 국내에서도 성장세가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아직 내수시장 안에 머물러있는 토종 OTT의 타격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OTT 시장은 규모의 한계로 글로벌 OTT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를 못 따라잡고 있다”며 “토종 OTT가 과감한 해외 진출로 성장 잠재력을 키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토종 OTT는 최근 해외로도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웨이브는 미국을 해외 진출 교두보로 점찍고 현지 시장조사와 상표권 등록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은 내년부터 동남아 진출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CJ ENM과 네이버, JTBC스튜디오 등 대주주의 해외 사업 역량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왓챠는 지난해 일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현지 공략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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