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아보고 정하세요” 초보 농부 체험 프로그램 봇물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16 00:20

업데이트 2021.10.1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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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호 10면

[SPECIAL REPORT]
청년귀농의 진화

경남 거창군의 청년귀농 장기교육 프로그램 ‘농협한우전문교육과정’에 참여한 청년들이 실습의 일환으로 가축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거창군]

경남 거창군의 청년귀농 장기교육 프로그램 ‘농협한우전문교육과정’에 참여한 청년들이 실습의 일환으로 가축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거창군]

경기 용인시에 살던 임혜수(33)씨는 오래전부터 귀촌을 꿈꿨다. 우연히 충북 충주에서 진행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알게 된 임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6월부터 5개월간 농촌생활을 경험했다. 임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20대 청년 세 명과 한팀이 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에그타르트를 개발 중이다. 걷기 여행이 취미인 임씨는 농촌생활에 익숙해지면 충주의 ‘걷기 좋은 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임씨는 “농촌에서는 농사만 짓는 줄 알았는데 체험 프로그램 운영이나 특산물을 활용한 창업도 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귀촌을 결심했다”며 “숙박은 물론 소정의 연수비도 지원되니 본격적인 귀농·귀촌에 도전하기 전 경험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의 농부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팔을 걷고 나섰다. 이른바 ‘귀농사관학교’ 시스템을 통해서다. 초보 농부들의 안정적인 농업·농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체류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청년농부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많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귀농귀촌종합센터를 통해 매년 만 40세 미만의 귀농 희망자 150여 명을 선발한다. 영농조합법인 등과 협력해 6개월간 농촌 생활을 직접 경험하며 실습할 수 있는 장기 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수료 후에는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과 연계는 물론 주택구매 시 융자 심사에서도 가점을 받을 수 있어 매년 지원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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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초부터 지자체별로 ‘농촌에서 살아보기’ 운영마을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전국 88개 시군 104곳에 있는 운영마을은 귀농형(37곳), 귀촌형(59곳), 프로젝트참여형(8곳)으로 나눠 진행된다. 귀농형 마을에서는 지역 주요작물 재배기술과 농기계 사용법 등 영농 전반에 대한 체험 활동이 지원되고, 귀촌형 마을에서는 농촌이해·주민교류·지역탐색 등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프로젝트참여형은 40세 미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며 다양한 농촌 일자리·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단기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별도 참가비 없이 최장 6개월간 운영마을에서 제공하는 숙소에 묵으며 연수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다. 주거 외 생활비는 본인 부담이지만 매월 15일간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할 경우 월 30만원씩 연수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500가구 참여를 목표로 했는데 이미 600가구를 넘어설 만큼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직장을 다니던 정철(37)씨는 4년 전 전남 강진군에 있는 ‘귀농인의 집’에 입주했다. 귀농인의 집은 농업인이 소유한 빈집을 수리해 예비 귀농인에게 임대하는 강진군의 귀농 지원 정책이다. 임대 기간은 최대 1년으로 이 지역으로 귀농을 원하는 도시민이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정씨는 이곳에서 머물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작물 재배 교육을 받았다. 1년 여 끝에 충분히 준비됐다고 느낀 정씨는 아내와 함께 이주해 하우스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귀농 3년 만에 하우스 8개 동을 보유한 정씨는 현재 공사 중인 체험 교육 전용 하우스가 완공되는대로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경기 안성시 소재 농협창업농지원센터에서는 지난달 30일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 5기 교육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이번에 졸업한 교육생 49명은 6개월 간 총 712시간의 창농 이론 교육과 영농실습과정을 이수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졸업생들은 교육 과정 동안 농기계 실습과 자격증 취득, 선진농가 현장 인턴 등을 통해 본격적인 귀농준비를 마쳤다”며 “특히 최근 관심을 받는 스마트팜 이론과 실습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농협은 졸업생들의 사후 관리를 위해 앞으로도 지자체와 연계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농협몰 등을 통한 유통 판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희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초보 귀농인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농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며 “창업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듯 귀농 역시 직접 경험을 통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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