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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자본가 이 시대 양극화에 답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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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호 21면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질비오 게젤 지음
질비오게젤연구모임 옮김

자유시장이 인류에 번영과 풍요를 가져다주리라던 자본주의의 희망적 메시지는 한때 종교적 믿음과 같았다. 번영과 풍요의 예측은 맞았다. 인류는 어느 시대에도 도달하지 못했던 부를 창출했고, 재화는 넘쳐흘렀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희망적 메시지’였는지엔 의문이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요즘 대중에겐 ‘절망적 추문’에 가깝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 번영과 풍요를 소수가 과점했고, 세상은 ‘빈익빈 부익부’ ‘1% vs 99%’로 표현되는 소수의 풍요와 다수의 절망이라는 ‘쏠림’의 시대로 달려간다. 번쩍이는 높은 빌딩과 명품마저도 흔해진 거리 위로 ‘불공정’과 ‘불평등’ 담론이 무성하다. 물론 카를 마르크스, 푸르동, 헨리 조지 등 많은 이론가와 사상가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했다. 하나 우리나라에선 그들을 여전히 ‘좌파’ 혹은 자본주의를 해하려는 ‘이단아’로 꼽으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자본가들은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야기하게 될 불평등의 문제를 예측 혹은 상상하지 못했거나 몰랐을까. 자유시장이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정말 꽃길만 깔아줄 거라는 ‘선량한 상상’의 힘으로 예까지 왔을까? 그렇다면 이즈음에 소위 ‘좌파’로 찍힌 사상가들이 아니라 20세기 초에 살았던 성공한 사업가, 즉 자본가의 관점에서 본 자본주의의 모순과 해결책에 대해 들어보는 건 어떨까.

질비오 게젤(Silvio Gesell). 그는 1900년대 초 독일의 성공한 사업가로 자본가 출신의 경제이론가이며,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론을 주장한 이다. 이미 100여 년 전에 기업 활동을 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취약성을 직시하고,  숙고한 ‘자연스러운 경제 질서’에 대한 그의 이론이 번역 출간됐다.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이다.

빈부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뭘까. 불로소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빈부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뭘까. 불로소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자본주의의 모순은 노동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돈과 같은 물적 가치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맨주먹으로 태어난 인간의 노동은 노동하지 않는 부동산과 돈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게젤이 직시한 건 바로 이 대목이다. 부동산과 화폐를 가진 자들이 누리는 ‘불로소득의 특권’이야말로 양극화의 주범이 되고, 그로써 불평등과 불공정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문제의식. 부동산은 임대료나 차익으로 잉여 가치를 만들고, 화폐는 이자로 불로소득을 늘려 재산을 축적하고 불리도록 하며 그들 스스로 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므로 아예 불로소득의 원천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 이는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를 통해 가능하다.

자유토지란 한마디로 토지의 국유화다. 국가가 사유지를 사들여 토지사용자들에게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는 것이 기본이다. 자유화폐란 화폐의 본래 기능인 ‘교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토지와 자본을 말 그대로 생산수단으로만 기능하도록 해 ‘생산수단’이 스스로 부를 축적하는 부조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장 조건을 오직 수요와 공급으로만 결정되도록 하는 것.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란 그저 돼지저금통에 돈을 넣어두었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정도의 이점으로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학 분야에서 이렇게 신선한 생각을 접한 건 아주 오랜만이다. 100년 전에 나온 책에서 이 시대의 모순을 발견하는 통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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