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네 국민주택인데 3억 차이 도대체 왜…공공택지 꼼수[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0.15 21:39

업데이트 2021.10.1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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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공택지에 공사 중인 연립주택형 도시형생활주택. 공공택지에서 공동주택으로 유일하게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수도권 공공택지에 공사 중인 연립주택형 도시형생활주택. 공공택지에서 공동주택으로 유일하게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공공택지 도시형생활주택 개발이익  

지난 4월 경기도 양주시 양주신도시 옥정지구에 분양한 아파트인 린파밀리에 분양가가 3.3㎡당 평균 1140만원이었다. 국민주택 규모인 84㎡가 3억5100만~4억200만원이었다. 같은 지구 내 인근에 지난 7월 분양한 라피네트더테라스 84㎡ 분양가가 6억4900만~7억3000만원이었다.

같은 신도시 내 같은 주택형인데도 3억원 넘게 차이 났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가른 가격 격차다. 라피네트더테라스는 도시형생활주택(4층짜리 연립주택형)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상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업체에서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 단지 분양가는 같은 크기 아파트보다 조금 더 비싼 금액에 책정됐다. 옥정지구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 지난 8월 6억5000만원이다.

공공택지 내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분양가를 상한제에 따라 정하는 공공택지에서 유일한 분양가 규제 ‘무풍지대’가 도시형생활주택이다. 공공택지 내 도시형생활주택은 대개 연립주택 부지나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에 짓는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형태의 공동주택이다.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는 여러 채의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다세대주택·연립주택도 건립할 수 있다.

분양가 규제 제외, 건축 규제 완화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건축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상한제 적용에서 제외해 “쾌적하고 저렴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개정 이유) 도입됐다.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격 규제인 상한제 대상에서 빠지고 건축기준 규제 일부가 완화된다. 상한제 지역 이외에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도 받지 않는다.

도시형생활주택은 현재 85㎡ 이하의 300가구 미만 규모로 아파트(50㎡ 이하 원룸형)나 연립주택·다세대주택으로 지을 수 있다.

바닥난 도심에서 자투리땅을 활용해 주택공급 부족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인허가 받은 물량이 1만4000여가구로 2016년(1만8000여가구) 이후 가장 많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일반 아파트가 259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여가구)보다 70% 넘게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청약 접수한 도시형생활주택은 2018년 250가구, 2019년 0가구에서 지난해 1200여가구, 올해 900여가구로 많이 늘었다.

지난해부터 도심에서도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가격 제한을 받지 않는 도시형생활주택이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강남에서 상한제 분양가가 3.3㎡당 6000만원을 넘지 못했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3.3㎡당 7000만원대까지 받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경쟁 치열 

일반 아파트 공급 가뭄 속에 도시형생활주택 청약경쟁도 치열해졌다.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12.4대 1에서 올해 29.7대 1로 뛰었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일반 아파트 분양이 줄고 당첨자 청약가점이 치솟으면서 별다른 청약자격 제한 없이 추첨으로 뽑는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도시형생활주택 청약 경쟁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도시형생활주택 청약 경쟁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데 공공택지 내 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가 도입 취지에 벗어나 사업자에게 과도한 개발이익을 안겨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택지는 새로 조성된 땅이어서 도심 택지 부족과 상관 없다. 도시형생활주택의 상한제 적용 제외는 공공택지가 재산권을 제한하는 수용을 통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본래 목적에 어긋난다.

사업자가 공공택지 개발이익 차지  

도시형생활주택이 다른 아파트 용지와 같은 감정평가 금액으로 택지를 공급받아 분양가를 높게 받으면 사업자가 그만큼 공공택지 개발이익을 더 가져가고 주택 소비자는 비싼 집을 분양받는 셈이다. 같은 연립주택 부지에서도 85㎡ 초과 부지는 상한제 적용을 받고 85㎡ 이하 땅은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상한제를 벗어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김포시 한강신도시에 2018년 3월 상한제로 분양한 김포한강동일스위트더파크 84㎡ 분양가가 3억5000만원이었다. 지난해 8월 도시형생활주택인 범양레우스라세느는 7억원이었다.

대장동에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인 판교SK뷰테라스 조감도.

대장동에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인 판교SK뷰테라스 조감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도 화천대유가 연립주택 부지에 분양한 연립주택형 도시형생활주택(판교SK뷰테라스)도 마찬가지다. 분양가가 2018년 말 일반 아파트보다 60% 넘게 비싼 3.3㎡당 3440만원이었다. 84㎡ 분양가가 7억~8억원대에서 11억~13억원으로 뛰었다. 택지공급 가격은 모두 감정평가 금액으로 비슷하다.

대장동이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곳인 데다 도시형생활주택이 HUG 규제도 피해 화천대유가 분양가 인상으로 상당한 개발이익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땅 옆에 85㎡ 초과를 짓는 연립주택 부지는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HUG 규제를 받는다.

공공택지 내 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택지에선 도시형생활주택이 주택공급 확대에 기여하기보다 분양가 규제를 피해 가격을 올리는 꼼수로 활용돼 주택 수요자의 부담만 키우는 셈이다.

사전청약을 시작한 3기 신도시에도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을 수 있는 연립주택 등 부지가 계획돼 있다. 하남시 교산신도시에 8만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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