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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때리는 이재명 "王자 쓰고 이상한 분께 국정 배우면 큰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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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王)자 쓰시고, 무슨 이상한 이름 가지신 분한테 가서 국정을 배우면 나라 큰일 난다. 지금이라도 스승 바꾸고 제대로 공부했으면 좋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전날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윤 전 총장에 대해 “본인 (눈 안의) 들보는 안 보고 남의 눈에 티를 찾아서 침소봉대한 다음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게 검찰 권력을 행사한 것을 반성하고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의님들의 개혁 입법과 개혁 과제, 개혁 행정과제들을 함께 수행해나가면서 새로운 나라,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의님들의 개혁 입법과 개혁 과제, 개혁 행정과제들을 함께 수행해나가면서 새로운 나라,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윤 전 총장에 대해 “균형감각 있어야 하고 이중잣대를 대면 안 된다”, “다른 사람 허물만 찾는 게 원래 평생 직업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제는 본인의 한계를 좀 인정하시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남겼다.

이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은 국민께 사죄하고 후보 사퇴는 물론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며 “그것이 그나마 검찰의 명예를 지키고 대한민국 공직자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라고 적었다. 이 글엔 “마치 친일파가 신분을 위장해 독립군 행세를 하는 것”, “윤석열 검찰은 국기 문란 헌법파괴 범죄집단 그 자체” 등 이 후보 특유의 ‘사이다 어법’도 가득했다.

첫 의원총회 연설…공정성, 민생·개혁, 성장성 회복에 방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이 후보는 경선 종료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이날 의원총회 분위기는 이 후보의 ‘원내 출정식’에 가까웠다.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넥타이를 맨 이 후보는 이날 의원들의 기립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의원들과 주먹 인사를 주고받으며 회의장에 입장했다. 이 후보는 17분 30초 길이의 연설을 통해 자신의 구상을 하나하나 풀어냈다.

이 후보가 우선 강조한 당면 과제는 ‘진영 결집’을 통한 대선 승리였다. 이 후보는 “첫째 (과제)는 내년 대선에서 우리 민주개혁 진영이 승리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원팀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경선 기간 불거진 당내 갈등에 대해서는 “ 콘크리트가 되기 위해서는 시멘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큰 차이는 오히려 큰 시너지의 원천”이라며 “작은 갈등을 에너지로 만들어서 더 큰 힘으로 승리의 길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자신의 국가 운영 기조인 공정성 확보와 민생·개혁, 성장성 회복에도 방점을 찍었다. 그는 “공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서 우리의 자원과 기회가 제대로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고, 이게 어쩌면 우리가 저성장이라고 하는 나락에 빠진 원인이 되었다”며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4기 민주정부가 큰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생활 현장의 민생 과제들 조금씩 해결해나가면서 그게 쌓이고 쌓여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더 개혁적이고 더 민생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많이 만들어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성장성 회복과 관련해선 “공정성 회복을 통해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탄소제로시대, 그리고 디지털화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계기로 다른 국가들보다 딱 반 발짝만 대대적 투자를 통해 앞서가면 엄청난 기회를 누리는 선도국가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악연’ 설훈 의원과 포옹…정기국회 드라이브 예고

이날 이 후보의 의원총회 연설에 대해 당내에선 “이 후보가 경선 후유증 극복과 사이다 본능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민주당 의원)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의 표정도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의원총회장에서 퇴장한 뒤에는 경선 기간 자신에 대한 독설을 멈추지 않았던 이낙연 캠프 출신 설훈 의원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주변에 있던 이들에 이 후보는 귓속말로 "한번 안아주시죠"라며 팔을 벌렸고, 설 의원도 이에 화답해 포옹한 뒤 "열심히 하셔"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57세, 설 의원은 68세이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설훈 민주당 의원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설 의원은 경선 기간 동안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 "이 후보가 본선에 올라가면 진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며 이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1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설훈 민주당 의원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설 의원은 경선 기간 동안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 "이 후보가 본선에 올라가면 진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며 이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당 일각에선 이날 이 후보의 연설 내용에 대해선 “수세에서 공세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 후보 측 관계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이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대장동 논란’은 이 후보가 당장 넘어서야 할 난관이다. 이 후보는 오는 18일과 20일 경기지사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는데, 이 자리에선 야당 의원들과의 대대적인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한 검찰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는 점도 변수다. 이날 이 후보는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히 압수수색을 해야겠지요”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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