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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열이형TV'도 나왔던 서민 "尹에 실망, 추미애씨 사과드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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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 교수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서민 단국대 교수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른바 ‘조국 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검찰 수사를 비판한 이른바 ‘조국 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에 맞서 펴낸 책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등 조국 흑서 저자들은 이 책의 발간을 전후로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 진보 진영을 비판했고, 대표적인 ‘탈(脫) 진보’ 인사로 여겨지게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탄압을 받게 됐고, 결국 지난 3월 4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자 이들은 윤 전 총장의 ‘비판적 지지자’가 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공개적·적극적으로 지지를 천명하진 않았지만 여야의 다른 대선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윤 전 총장에게 후한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하기 직전인 지난 6월 20일 진 전 교수가 “윤 전 총장은 공정의 상징이 돼버렸다. 국민들 염원이 윤석열이라는 인격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발언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그 때도 “(공정에 관한) 실질적 메시지가 안 보여 불안한 상태”라는 전제를 달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런데 최근 조국 흑서 저자들이 윤 전 총장에게 실망감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들 중 서민 교수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윤 전 총장을 지지하고 최근 윤 전 총장 캠프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석열이형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런 서민 교수는 지난 14일 윤 전 총장이 지난해 1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 2개월’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자 자신의 블로그에 ‘[충격] 윤석열 정직은 정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이 판결은 내게 충격이었다. 기차 안에서 이 소식을 확인한 뒤 난 한동안 멍해 있었고 허공을 쳐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적었다. 그러고는 “(징계 사건이 벌어졌을 때) 대검을 비롯한 다른 검사들이 일제히 윤 전 총장의 편에 섰던 것은 이게 오랜 세월 내려왔던 관행이었음을 암시해 준다”며 “그렇다고 해서 윤 전 총장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이 다른 총장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그를 특별히 더 존중해줘야 할 이유는 사라지는 법이니 말이다”라고 썼다.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진중권 전 교수, 김경율 회계사(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강양구 과학전문기자 겸 지식큐레이터 등의 대담집으로 조국 사태나 586세대 등을 비판하면서 현재의 진보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 뉴스1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진중권 전 교수, 김경율 회계사(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강양구 과학전문기자 겸 지식큐레이터 등의 대담집으로 조국 사태나 586세대 등을 비판하면서 현재의 진보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 뉴스1

“윤 전 총장이 판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에게 사과 메시지를 내주길 바랐다”는 서 교수는 “정치 선언 이후 윤 전 총장, 아니 윤 후보에 대해 수많은 공격이 쏟아졌다. 그 대부분이 치졸한 모략이었기에, 일부 아쉬운 대목은 있었어도 윤 후보에게 실망한 적은 없다”며 “그런데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을 보며 그에게 처음으로 실망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그러면서 “존재감 없는 1인에 불과하지만, 이제라도 윤 전 총장 징계에 앞장섰던 이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추미애씨, 이 건에 한정해서, 욕한 거 사과드린다. 제가 그땐 몰랐는데, 윤 전 총장이 검찰권을 남용했었군요”라고 적었다. 이 글을 끝맺으면서는 ‘#대선에서 윤 후보가 이길 수 있을까 갑자기 걱정된다’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 때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온 게 드러난 뒤 무속 논란이 이어졌을 때는 다른 이들의 비판도 나왔다.

진 전 교수는 “조선 왕조에서도 왕궁에서는 주술을 금했다. 정치가 장난인가. 그렇게 절실하면 각 캠프에서 아예 돼지머리 상에 올리고 대권 기원 고사를 지내든지”라고 쓴소리를 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王(왕)자에서 나기 시작한 ‘조국기 부대’ 냄새”라며 “당사자: 거짓 해명, 아파트 할머니 둥절. 캠프: 지적하는 상대의 잘못 끌어다 덮기. 지지자: 맹렬히 퍼나르며 전투에 임함”라고 조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을 비교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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