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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수면제 먹이고 탈북…김정은 분노 "억만금 써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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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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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인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일가족 4명이 경계 근무를 서는 북한 군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탈북하는 일이 발생하자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시인 ‘1호 방침’까지 내려졌다.

14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 1일 새벽 북한에 거주하는 일가족 4명이 국경 경비에 빈틈이 생긴 순간을 노려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향했다.

탈북한 일가족의 사택에 평소 국경경비대원들이 자주 드나들었는 이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국경경비대 부분대장(하사)이 근무를 서는 때를 노렸다.

이들은 이 부분대장이 1일 새벽 근무를 선다는 것을 알아내고 미리 수면제를 섞은 탄산음료와 빵을 준비해두고 있다가 그날 사택에 들른 부분대장에게 건넸다. 또 그와 함께 근무서는 하급병사의 탄산음료와 빵을 하나씩 더 챙겨주기도 했다.

그간 밀수로 생계를 이어온 이 가족은 중국으로 통하는 길을 다 알고 있었고 경비대원들이 어느 구간에서 근무를 선다는 것까지 다 파악하고 있었다.

국경경비대는 이들의 탈북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고, 즉각 중앙 국가보위성까지 보고가 됐다. 다음날인 2일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무조건 잡아와 본보기로 강하게 처벌하라”는 1호 방침이 내려졌다. 또 “인민이 군인에 약을 먹이고 도망쳤다는 것은 심각한 군민관계 훼손 행위로, 국경 군민의 사상을 전면 검토하라”는 지시도 담겼다고 한다.

탈북한 일가족이 건넨 음식을 먹고 잠이 든 국경경비대 부분대장은 곧바로 영창에 수감돼 조사를 받았다.

부분대장은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고 일가친척 중에 도주자도, 범죄를 저질러 교화나 단련대에 간 사람도 없는 소위 ‘혁명적인’ 집안의 주민들이었다”면서도 “최근 이 가족이 국경 지역에 장벽과 고압선이 설치되자 ‘앞으로 밀수를 못 하게 되면 희망이 없다. 밀수를 못 하면 사람처럼 못 산다’ 등의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가보위성은 중국 내 보위성 요원들에게 체포 임무를 내리고 중국 공안과 변방대에 공문을 보내는 등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 사건이 양강도 전체에 다 소문으로 퍼졌다”며 “이 일로 국경 지역의 분위기는 더 흉흉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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