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성탁의 시선

이재명·윤석열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10.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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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부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경기도지사)·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부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경기도지사)·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뉴스1]

각각 대장동 의혹, 실언·미신 논란 

대선을 5개월가량 앞둔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뽑힌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 지사의 연루 여부가 관건인 ‘대장동 의혹’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고, 윤 전 총장은 각종 실언에 이어 '미신 논란'에까지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이 꽤 지속하고 있음에도 두 사람의 지지율은 다소 변동이 있을 뿐 폭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각각 대장동 의혹. 실언·미신 논란
사회변화 바라는 민심 때문인가
정면돌파 이미지로 지지층 결집
내년 대선은 스트롱맨들 결전장?

 이런 현상에는 우선 두 사람이 지닌 문재인 대통령과의 거리감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조사에서 정권 교체 여론은 정권 재창출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2017년 대선 경선 이후 여권에서 이재명은 한동안 ‘비문’의 대표였다. 민심 르포 차 거리에서 만난 한 젊은이는 “정권이 바뀌면 좋겠는데, 관심 가는 정치인은 이재명”이라고 했다. 박근혜 당선이 이명박 정권의 재창출로 여겨지지 않은 것과 유사하다. 조국 수사에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충돌한 윤석열은 ‘반(反) 문재인’의 선봉으로 자리매김했다.

 사회변화 바라는 민심 때문인가

 문 대통령과의 거리감은 ‘변화’를 추구하는 민심과 맞닿아 있다. 정당 지지 성향을 떠나 현 정부에 답답함을 느낀 이들이 많다. 현장 반응을 예측하지 못해 폭등을 초래한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집값이 오르는데 공시지가 현실화까지 추구해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증세하는 집단은 처음 봤다”는 비아냥을 야권에서 들었다. 최근 대출규제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분노를 사더니 뒤늦게 수습에 바쁘다. 13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 송정시장에서 만난 상인 정모(63)씨는 “문 대통령은 ‘사람 좋다’고 했었잖아요. 이제 카리스마 있고 결단력 있는 좀 센 사람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면돌파 이미지로 지지층 결집 

 이재명과 윤석열은 ‘센 사람’으로 보이는 모습을 노출해왔다. 대장동 의혹이 한창이지만 이 후보는 18일, 20일 열리는 경기도 국정감사를 정상적으로 받겠다고 나섰다. 송영길 대표 등 당내에서 만류가 많았지만 “오히려 대장동 개발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행정 성과, 실적을 설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국회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자처한 윤 전 총장 역시 "나를 국회로 불러달라. 얼마든지 응하겠다"고 역공을 폈다.

 치명적일 수 있는 의혹에도 마찰을 피하기보다 오히려 정면 돌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강성 지지층을 자극한다. 한국 대선은 가장 훌륭한 자질을 지닌 이를 고르는 게 아니라 상대 진영보다 한 표라도 더 얻어 승자가 될 이를 택하는 싸움이다. 두 사람 모두 거친 언어 사용을 마다하지 않고, 의혹에는 반대 프레임을 짜 맞받아친다. 이런 뻔뻔함이 진영 지지자들에게는 ‘전투력’으로 비친다. 각종 의혹과 약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지지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강성 지지층의 고정 표심이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내년 대선은 스트롱맨들 결전장? 

 내년 대선은 이른바 ‘스트롱맨’들의 격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후보 선출이 남았지만, 전체 선호도 3위로 떠오른 홍준표 의원 역시 '센 사람'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과거와 같은 막말 논란을 줄인 대신 ‘범죄공동체’ 등으로 몰아세우며 이재명·윤석열 모두를 싸잡아 공격한다. ‘천공 스승’ 논란 등을 빼놓지 않고 제기하는 유승민 전 의원도 젠틀맨 모드를 버린 지 오래다. 누가 야당 후보가 되든 남은 기간 여야 의혹 제기는 거칠 것이고, TV토론 등에서 벌어질 설전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스트롱맨 대통령의 등장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관료 사회를 일깨우고 국민의 체감에 민감하게 정책을 결정하며 오류가 발견되면 신속히 바로잡는 변화를 낳을 수 있다. 동시에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일방통행하려 할 경우 타협이 사라져 갈등만 커질 위험도 존재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후보 시절부터 상대 진영의 ‘진짜 선수’를 영입해 실용과 통합의 정치를 예고할 필요가 있다. 상대 진영에서도 이미 한물간 인사들만 모아봤자 소용이 없다.

 먹고살기가 팍팍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스트롱맨의 집권 현상은 서구에서 이미 나타났다. 내년 대선에서 누가 최종 승자일지는 거대한 부동층이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이재명은 대장동 의혹이, 윤석열은 제기된 의혹 외에 정책 역량을 쌓느냐가 변수로 꼽힌다. 홍준표는 '윤석열에 비해 여당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더 크냐'는 질문부터 풀어야 한다. 이 시점만 놓고 보면 기대만 품기에는 좀 거시기한, 스트롱맨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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