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값 250% 올라…대출도 이젠 안돼" 횟집들 셔터 내린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1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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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8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매장에 영업종료 안내문과 함께 출입구가 쇠사슬로 묶여 있다. 뉴스1

8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매장에 영업종료 안내문과 함께 출입구가 쇠사슬로 묶여 있다. 뉴스1

“이 동네 70%가 문 닫았거나 가게 내놨어요.”

서울 용답동에서 5년째 고깃집을 운영 중인 김모(55·여)씨가 14일 “나도 하루하루 빚으로 버티고 있지만 못 버티고 나간 집이 많다”며 한 말이다. 김씨는 “가게를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문만 열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고 했다. 지금 식당을 포함해 고깃집만 25년간 했다는 김씨는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2년 전 모든 대출을 갚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고 다시 빚을 내기 시작해 현재 1억 원까지 불어났다. 그는 “이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도 최대 4000만원 밖에 안 남았더라. 두 달 정도 더 버틸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완료가 60%를 넘는 등 이르면 내달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되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김씨는 또 고개를 저었다. “지금 식재료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 지출비용도 다 오른 상태라 매출이 회복되도 남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가 종식되도 코로나 이전 경기로 돌아가기 어렵다고들 본다”고 말했다. 나아질 희망이 없다보니 가게를 접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서도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52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만6000명 줄었다. 전체 취업자 수에서 자영업자의 비율이 처음 20% 아래로 떨어졌다. 1998년 통계 작성 후 처음있는 일이다.

자영업자 비중 또 최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자영업자 비중 또 최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영업 제한에 물가까지 치솟아 '이중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반째 지속되며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이미 문을 닫은 자영업자도 많다. 폐업시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퇴직금'격으로 주는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는 올 상반기 4만8394건이었다. 작년 동기간 대비 17% 늘었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경우 오후 10시 이후 영업 제한, 인원 제한 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며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이 됐다.

그나마 버틴 자영업자들은 올 하반기 들어 치솟는 물가에 또 신음하고 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식재료비까지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값을 올리자니 또 손님이 줄까봐 걱정이다. 자영업자 84만명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는 ‘메뉴 가격을 올려도 될지, 음식양을 줄여야할지’ 고민하는 글이 하루에 수 십건씩 올라온다.

인천 서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심모(51)씨는 “고등어 가격이 20% 넘게 올랐는데 고등어구이 정식(1만원), 갈치정식(1만5000원)은 2년 전 가격 그대로”라며 “식용유·고추장 등 공산품 가격도 다 올라 이제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횟집을 하는 임모(44)씨도 “장사 10년 만에 이런 물가 상승률은 처음 본다”며 “광어·우럭·밀치 등 생물가격이 2년 전보다 25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수수료에 식재료비를 빼면 남는 게 없어 장사를 하는게 아니라 어떨 땐 자원봉사를 하는 기분이 든다”고 한탄했다.

고등어는 20%, 고기 가격은 14% 올라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한 식당이 점심시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한 식당이 점심시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올해 소비자물가는 4월부터 반년째 2%대의 높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도 치솟고 있어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2년 이후 9년 만에 2%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달 축산물 가격 상승률은 13.9%에 이른다. 고기 가격이 크게 올라 상당수 고깃집이 이달 들어 1000~2000원씩 메뉴가격을 올렸다. 특히 갈비값이 많이 올라 갈비탕 한 그릇이 1만8000원인 식당도 나오고 있다.

요식업주들은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 연말로 갈수록 음식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하반기 들어 외식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의 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은 9577원이다. 1월(9000원)에 비해 6.6% 올랐다. 삼겹살 1만7100원(3.7%), 김치찌개 백반 7000원(4.6%), 자장면 5500원(3.6%) 등이다.

계속 오르는 외식 가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계속 오르는 외식 가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5일 영업시간·인원 풀어야 숨통 튀어"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15일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 때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을 풀어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손무호 정책국장은 “작년 4분기부터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타격을 입은데다 연초부터 파·계란 등 식재료 가격이 폭등해 요식업 자영업자는 말 그대로 한계 상황”이라며 “정부의 생색내기 푼돈 지원, 대출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영업시간이라도 풀어야 자영업자들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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