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충전 시간 줄여라”…음극재에 사활 건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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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0년 동안 몰던 준중형 승용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사려는 회사원 김경민(49)씨는 최근 몇 달간 고민했다. 그는 새 차를 사면 은퇴할 때까지 출퇴근용으로 쓸 생각이었다. 각종 할인과 세금 감면 혜택을 고려하면 친환경 전기자동차를 사고 싶었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시간이 길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2차전지 핵심소재 해외의존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차전지 핵심소재 해외의존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결국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결정했다. 김씨는 “휘발유 주유 시간과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간에 큰 차이가 없다면 전기차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시간을 줄이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한다. 이런 배터리에서 충전 시간을 줄이려면 음극재 기술이 중요하다. 음극재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것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건 흑연 음극재다. 국내에선 포스코케미칼이 이 분야의 최강자로 꼽힌다.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의 급속 충전을 돕고 수명을 늘리면서 생산 원가를 낮추는 ‘저팽창’ 흑연 음극재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 제품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공급하기로 했다.

2차전지 핵심소재 국내기업 시장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차전지 핵심소재 국내기업 시장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포스코케미칼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1만6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요한 포스코케미칼 팀장은 “인조흑연 음극재는 안정성이 좋고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를 높인다. 하지만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 원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실리콘 음극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흑연에 실리콘을 첨가하면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속도를 기존보다 3~4배 빠르게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올해 4000t에서 2030년 2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한 대주전자재료와 손잡았다. 대주전자재료는 2019년 독일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에 들어간 배터리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다. 실리콘 5%를 첨가한 이 배터리를 이용하면 5분만 충전해도 최장 1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함량을 7%로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도 실리콘 5%를 함유한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김우경 밸류크리에이션센터 팀장은 “실리콘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인 가격으로 생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8월 실리콘 음극재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미국 기업(그룹14테크놀로지)과 합작사를 설립했다. 현재 경북 상주에서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신제품 배터리인 ‘젠5’의 양산에 들어갔다.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한 이 제품은 앞으로 독일 BMW 전기차 등에 들어간다. 송치헌 삼성SDI 그룹장은 “업계 전반적으로 5% 내외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실리콘 비율이 높을수록 (배터리의)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 비율은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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