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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앞바다에 화물선 100척 둥둥…다급한 바이든, 삼성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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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9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 연안에서 하역을 기다리며 정박해 있는 컨테이너선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 연안에서 하역을 기다리며 정박해 있는 컨테이너선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요즘 미국 서부의 대표항인 로스앤젤레스(LA) 앞바다가 진풍경이다. 멀리 바다 위에 거대한 컨테이너선들이 촘촘히 떠 있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타전되고 있다. 화물선은 도착했는데 항만에 배를 대고 컨테이너를 내리지 못해 대형 선박들이 진을 치고 있는 병목 현상이다. 마치 항모 전단을 연상케 하는 발 묶인 '컨테이너 전단'의 모습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CBS와 인터뷰에서 "100척 가까운 선박이 LA항과 롱비치항 외곽에서 화물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 서안의 항만 적체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물류난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축됐던 물류 수요가 경기회복과 전자상거래 이용 증가 등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물류를 해운과 항만이 감당하지 못해 대규모 적체 현상이 발생했다.

이달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 비치 앞바다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들. LA항과 롱비치항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달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 비치 앞바다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들. LA항과 롱비치항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해상 물류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항만 폐쇄, 수에즈 운하 사고 등 악재가 겹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항구에 모인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선박도 구하기도 어려워 이번 여름에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인력난도 물류대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태평양을 건넌 컨테이너선이 들어오는 LA·롱비치항은 심각한 병목 현상으로 화물을 제때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미국 서안에서 가장 많은 화물을 처리하는 항만으로 전체 수입 물류의 40%가 거쳐 간다. 서던캘리포니아 해양거래소에 따르면 12일 기준 두 항구에 정박 중인 선박은 64척이고 80척의 선박이 도킹과 하역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합쳐 140여척이나 된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클 트랜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LA항과 롱비치항이 세계 주요 항구 22곳 중에서 하역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컨테이너선들이 지난 9월 20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앞바다에서 LA항과 롱비치항 하역을 위해 기다리는 모습. [AFP=연합뉴스]

컨테이너선들이 지난 9월 20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앞바다에서 LA항과 롱비치항 하역을 위해 기다리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기업들은 비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LOL 서프라이즈'라는 인형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완구업체인 MGA엔터테인먼트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중국에서 제작한 자사 제품이 언제 미국에 도착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다 전했다. 나이키 경영진도 최근 인터뷰에서 "아시아 공장에서 북미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약 80일이 걸리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물류 상황이 심각해지자 결국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항만 지도부와 국제항만창고노조(ILWU), 상공회의소 관계자 등과 화상회의를 갖고 물류대란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월마트, 페덱스, 타깃 등 유통·물류기업 대표들도 참석했다. 외국 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 최경식 북미총괄도 참석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은 별도 배포한 설명서에서 "미국 가정에 적어도 한 대의 삼성 제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날 민관 협의를 거쳐 캘리포니아주의 LA항을 주 7일,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롱비치항은 3주 전부터 부분적인 24시간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또 월마트, 페덱스, UPS 등 대형 유통·물류기업은 운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24시간 운영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대형 쇼핑센터를 운영하는 홈디포, 타깃 등도 물류 대란 완화를 위해 근무시간을 늘리는 방안에 동의했다. 백악관은 이들 6개 기업의 약속으로 인해 1주일에 3500개의 컨테이너를 추가로 하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물류대란 회의 후 삼성도 거론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후 "이는 24시간 운영에 들어가는 전면적 약속이고 큰 첫걸음"이라며 "하지만 나머지 민간분야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홈디포, 타깃의 조치를 직접 거론하며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바로 여기, 미국에서 더 많은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24시간 항만 가동의 현실성을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롱비치 항만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롱비치항의 6개 컨테이너 터미널 중에서 한 곳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24시간 운영되고 있다"며 "LA항에서 24시간 가동되는 터미널의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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