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갈 받았다" 김재원이 전한 故이완구 '총리 사퇴' 비화

중앙일보

입력 2021.10.14 19:47

업데이트 2021.10.14 19:53

지난 2014년 11월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김재원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4년 11월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김재원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4일 별세한 고(故)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추모하며 그에게 총리직 사표를 받았던 비화(祕話)를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제 이 험한 세상에 누가 있어 나를 이끌어주고 나를 위로해 줄까”라며 “오늘은 너무 슬프고 너무나 슬프다”라며 글을 올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014년 5월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호흡을 맞췄다.

김 최고위원은 이 전 총리에 대해 “나에게 추억의 남자”라며 “넓으면서 깊고, 크면서도 세심하고, 따뜻하면서 냉철하고, 강하면서 부드러웠다”고 했다. 또 “자신에게 불화살을 쏘아대는 정치적 반대자에게 가슴을 열어젖히고 웃어주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구, 우윤근(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시절은 정치가 작동했다”며 “그 이완구 옆에서 비로소 나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이 전 총리를 추모했다.

또 “2015년 1월 이완구가 총리로 지명됐고, 통의동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나는 충청인들 가슴에 꿈틀거리는 ‘충청대망론’을 봤다”며 “불행하게도 얼마지 않아 이완구는 후에 무죄로 드러난 ‘성완종 사건’으로 야당과 언론의 조리돌림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당시 현역 의원으로서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했던 김 최고위원은 이 전 총리의 총리직 사퇴 과정을 밝혔다. 그는 “남미 순방 중이던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의 사표를 받아달라’는 전갈을 받았다”며 “‘몰린 이완구에게 그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은 김재원밖에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자정 무렵 삼청동 총리공관에 도착했다. 불 꺼진 총리공관은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웠다”며 “2층 침실로 올라가 잠들어 있는 총리 내외를 깨웠다”고 회상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시 이 전 총리에게 “총리님, 이제 그만 내려오시는 것이 좋겠다. 온 세상이 달려들어 총리님을 불판 위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굽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총리가 “그게 좋겠다. 대통령이 순방 중이어서 망설였는데 연락은 됐나”라고 답했다는 게 김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완구 총리의 63일은 그렇게 끝났고, 충청대망론도 그로부터 오랫동안 사그라들었다”며 “지난 총선에서 내가 공천에 탈락했을 때, 이완구는 무척 분개했다. 그러면서도 ‘심장을 물어뜯긴 사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해 세상으로 돌아온다’며 내 손을 꼭 쥐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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