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없이 떠난 이낙연 "마음에 맺힌 것 있다"…'원팀 질문' 침묵

중앙일보

입력 2021.10.14 17:42

업데이트 2021.10.14 17:50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 답없이 캠프를 떠났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 답없이 캠프를 떠났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에 패배한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승복’을 선언한 지 하루 만인 14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원팀’을 묻는 질문엔 입을 다물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실업자 신세가 됐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저에게 펼쳐질 불확실한 길, 목적지도 가는 길도 정해지지 않은 이 새로운 항해에 기꺼이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대해 당 내에선 "적극적인 당내 역할보단 한동안 직책 없이 향후 행보를 고민하겠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14분가량의 인사말에서 7분간 자신을 도운 의원단과 지지자를 일일이 거명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 나머지 발언엔 날이 서 있었고, 게중엔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 지사를 겨냥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도 포함됐다.

 “겸손해야 한다.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의 여러 부분 중 가장 예민하게 발견하는 것은 오만” “국민과 당원 앞에서 오만하면 안 된다. 하물며 지지해주신 국민을 폄하하면 절대로 안 된다”등의 발언이었다. 이 전 대표측이 완승한 3차 국민 선거인단 선거 결과에 대해 “사소한 차이” “도깨비 장난” 등으로 표현한 이 후보 측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에 참석하며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에 참석하며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이 전 대표는 “요즘 ‘저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벌어져서 제 마음에 좀 맺힌 게 있었다”며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상황을) 모면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서 유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뿐만 아니라 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짓이다.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말도 했다.

경선 종료(10월 10일) 이후 서울과 지방 등에서 칩거해온 이 전 대표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나흘 만이다. 지지자 50여명은 캠프 사무실 인근 길가에서 “지켜줄게 이낙연” “대통령 이낙연” 등을 열호했다. 해단식 시작 전엔 이 전 대표가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의 가족들도 해단식을 멀리서 지켜봤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가족들과 일주일 가량 휴식기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의 선대위원장’에 거리 둔 이낙연

해단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인가”라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하곤 곧장 자리를 떴다. “‘원팀’은 어떻게 하실건가”라는 질문에도 침묵했다. 이 전 대표를 돕는 한 초선 의원은 “이 후보가 선대위원장을 제의하는 건 2위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라며 “경선과열로 이 전 대표가 감정이 상한 측면도 있어서 제의가 오더라도 이 전 대표가 곧장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 경선에서 결과 발표 직전 이재명 후보(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긴장한 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 경선에서 결과 발표 직전 이재명 후보(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긴장한 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전날 ‘경선 승복’ 메시지에서도 이 전 대표는 ‘원팀’ 대신 ‘단합’ ‘포용’이란 표현을 썼다. 이 전 대표 캠프 인사는 “대장동 의혹을 제기한 것이 우리였는데 경선이 끝났다고 ‘원팀이 되자’고 말하는 건 자가당착에 가깝다”며 “일단 대장동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대장동 관련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에야 도울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낙연 지지자 “이재명 후보 효력정지” 가처분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계속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날 서울남부지법에 ‘이재명 후보 확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경선 중도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표를 무효표 처리해 이 후보가 50.29%로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다. 그러나 민주당 당무위가 지난 13일 관련 이의제기를 최종 기각한 터라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은 적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온라인 당원게시판 등에서 “이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이 후보 캠프의 현근택 전 대변인은 14일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 캠프는) 지지자들의 자발적 행동이라고 놔둘 게 아니라 자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캠프의 정운현 전 공보단장은 “이 후보는 도발하는 현근택의 언행부터 자제시켜라. 그쪽(이 후보 측)은 원팀 할 생각이 없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현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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