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신머리' 발언에 洪 '버르장머리'…국민의힘 내분 격화

중앙일보

입력 2021.10.14 16:24

업데이트 2021.10.14 19:23

당내 경쟁주자들을 향해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 때문에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간 내분이 격화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도당위원회에서 열리는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 참석, 당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2021.10.14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도당위원회에서 열리는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 참석, 당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2021.10.14 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은 13일 제주도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내 다른 주자들을 겨냥해 “그분들이 (정치를) 제대로 했으면 정권이 넘어갔겠나.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박살 났겠나”라며 “같은 당 후보를 민주당 프레임으로 공격하는데,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준표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참 오만방자하다. 들어온 지 석 달 밖에 안 된 사람이 뭐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을 해체해야 한다?”라며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 입문 넉 달 만에 대통령하겠다고 우기는 모습이 철없이 보이기도,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며 “여태 검찰 후배라고 조심스레 다뤘지만 다음 토론 때는 혹독한 검증을 해야겠다. 그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뭐가 두려워서 등 뒤에서 칼을 꽂나. 문재인 정권 하수인 시절 버릇인가”라며 “무서워서 손바닥에 ‘왕(王)’자 쓰고 나와도 (토론에서) 버벅거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재명을 이기나. 붙으면 탈탈 털려서 발릴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어서 “걸핏하면 ‘털어서 뭐 나온 게 있나’라고 하는데, 장모는 나랏돈 빼먹은 죄로 구속됐었고, 부인과 장모 주가조작 의혹, 본인 고발사주 의혹, 화천대유 김만배가 부친 집 사온 의혹 등등은 뭔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윤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보수궤멸에 앞장섰다”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었다. 홍 의원은 “문 대통령과 한편이 돼 보수궤멸에 선봉장이 된 공로로 벼락출세를 두 번이나 했다”고 했고, 유 전 의원도 “적폐라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구속시킨 당에 들어와서 하는 스파이 노릇 그만하라”며 “문 정권 충견 노릇을 한 덕분에 벼락출세 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라고 거친 표현을 썼다.

국민의힘은 13일 KBS 제주방송국에서 대선 경선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은 13일 KBS 제주방송국에서 대선 경선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신머리’ 발언을 비판했다. 원 전 지사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 검증은 필수적인 요소”라며 “그런 발언은 분명한 실언이다. 검증 과정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기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기도당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격에 대한 반응이었다면 그 화살을 당 해체로 돌리는 건 개연성이 떨어진다. 의아하다”며 “후보 간 설전이 지지자들의 우려하는 것으로까지 격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캠프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캠프 명의 공지에서 “윤 후보는 홍준표ㆍ유승민 후보의 글을 보고받고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국민과 당원, 다른 후보들과 힘을 모으고 단합을 이뤄 반드시 정권교체를 실현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들은 이날 오후까지 “당원들에게 사죄하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홍 의원은 15일 열리는 윤 전 총장과 일 대 일 맞수토론(MBC)에서 “(윤 전 총장을)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경기 의정부 당원 인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간 윤 전 총장이)위장당원이 많다는 등 온갖 소리 다 할 때도 그냥 철이 없어 그러려니 했다”며 “그러나 어제 발언한 건 용서할 수 없다. 내일 내가 토론 때 공격을 하면 당원들이 양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을 향해 ‘저것’이라고 지칭하며 “아직도 저게 공중에 떠 있어가지고 정치를 모른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 그 생각을 했는데 철딱서니 없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나”라고 언성을 높였다.

유 전 의원은 조계종 총무원장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말의 내용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그렇게 우리 당에 대해 경험도 없고 애정도 없는 사람이 왜 당에 들어와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오늘 본인이 했던 말을 되돌아 보고 진심으로 사과해주길 촉구한다”며 “윤 후보 발언을 당원들이 생생하게 봤으면 좋겠다. 얼마나 우리 당을 해치는 그런 발언을 했는지 당원들께서도 똑바로 아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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