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570만원 휴가 가더니 "처칠 흉내"…매를 버는 英총리

중앙일보

입력 2021.10.14 15:26

업데이트 2021.10.14 16:12

“코로나 대응은 않고 한가롭게 해외여행 갈 때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전국이 코로나19 파동에 이어 물류 대란으로 사회적·경제적 혼란을 겪는 와중에 꿋꿋하게 해외 휴가를 강행하면서다.

코로나, 물류대란에 민생 혼란
여론 악화에도 휴가 강행 뭇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휴가지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왼쪽)을 조롱하며 네티즌이 그린 그림. (오른쪽) [트위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휴가지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왼쪽)을 조롱하며 네티즌이 그린 그림. (오른쪽) [트위터]

13일(현지시간) 미 CNN은 존슨 총리가 휴가 논란 속에 ‘코로나19 대응 실패 보고서’까지 터져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날 영국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단체는 “국민은 정부가 다른 결정을 했다면 코로나19 피해가 줄었을까를 고민하는데, 정작 총리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호화스러운 휴가지에서 그림이나 그리며 웃는 총리를 보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자를 가려낼 조사를 촉구했다.

“처칠 흉내내나” 십자포화 

이번 논란은 전날 현지 매체 미러가 포착한 사진 한장에서 촉발했다. 스페인의 별장 테라스에서 휴가를 즐기는 존슨 총리의 모습이었다. 그는 이젤 앞에 서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신문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는 영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는 비난에도 존슨 총리는 그의 영웅 윈스턴 처칠을 닮기 위해 이젤 앞에 섰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호화 휴화지에서 그림이나 그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가운데, 네티즌은 웃기는 그림을 합성해 존슨 총리의 휴가를 조롱하고 있다. [트위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호화 휴화지에서 그림이나 그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가운데, 네티즌은 웃기는 그림을 합성해 존슨 총리의 휴가를 조롱하고 있다. [트위터]

이런 가운데 의회에서는 코로나19 보고서까지 발표했다.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와 과학기술위원회가 발간한 이 보고서에는 코로나19 초기 정부의 ‘치명적인’ 오판과 태만으로 사망자가 늘었다는 평가가 담겼다. 의회는 영국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역사상 최악의 공중보건 실패 사례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국민은 존슨 총리의 해명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날 코로나19 보고서 관련 입장 발표는 없었다. 대신 휴가지에서 환하게 웃는 존슨 총리의 얼굴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일부 시민들은 경제난 위기론이 부상한 영국 상황과 동떨어진 존슨 총리의 모습에 분노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분노와 조롱이 폭발했다. 네티즌은 “존슨 총리가 이런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며 코로나19행 기차를 탄 총리, 늑대의 탈을 쓴 모습 등을 그려서 올렸다.

휴가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존슨 총리를 1면 보도한 영국 매체 미러지를 한 네티즌이 소개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휴가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존슨 총리를 1면 보도한 영국 매체 미러지를 한 네티즌이 소개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존슨 총리의 휴가는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그는 지난 8일 일주일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장소는 스페인 코스타 델 솔의 멀벨라에 있는 지인 소유의 별장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존슨 총리가 떠난 휴가는 지난해 스코틀랜드 캠핑이 전부였다. 해외여행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이다.

1박에 570만원 호화 휴양지  

오랜만의 휴가를 탓할 순 없었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위기론이 부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유소는 기름 부족에 문을 닫고, 농가는 일손 부족에 건강한 돼지를 도태해야 할판에 총리는 휴가를 떠난다 하니 여론은 싸늘했다. 여기에 별장 숙박료가 일주일에 2만5000파운드(4000만원, 1박에 570만원 해당)로 알려지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영국 최대 위기인데 총리는 휴가” 

이를 두고 가디언은 “치솟는 기름 가격, 항만에 늘어선 컨테이너, EU와의 갈등…. 이 모든 것을 외면하고 떠난 존슨은 그의 영웅 윈스턴 처칠을 따라 하며 그림 그릴 시간까지 가졌다”고 비꼬았다.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도 “존슨 총리는 영국이 전염병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대처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0년 12월 30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EU-영국 무역 및 협력 협정에 서명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AP=연합뉴스]

2020년 12월 30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EU-영국 무역 및 협력 협정에 서명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이런 비판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집권 보수당이 “총리 역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를 두둔했다.

여당 “총리도 힘들었다”

보수당 의장인 올리버 다우든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내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에 걸렸고, 보건위기 속에 아들을 얻었고,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달라”며 “그는 단지 짧은 휴가를 보낼 것이며 이번 주말이면 업무로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19 보고서와 관련해선 “총리도 유감을 표명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건 전례 없는 위기였다. 가이드로 삼을 만한 완벽한 규칙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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