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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최고의 북·중 전문기자 장쉰 아주주간 부편집인 별세

중앙일보

입력

장쉰 홍콩 아주주간 부편집인 [아주주간 페이스북]

장쉰 홍콩 아주주간 부편집인 [아주주간 페이스북]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깊이 있는 북한과 한반도 기사를 써온 장쉰(江迅)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 부편집인이 13일 오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74세.
지난 8일까지 왕성하게 취재·집필을 했던 장쉰 부편집인은 아주주간 최신호에서도 ‘북한의 냉·온탕 양면전략’이란 글을 기고했다. 글은 최근 북한의 국방 5개년 계획과 대남 전략을 화온양면책이란 틀로 파헤쳤다. 지난 2012년에는 그가 15년간 6차례 현지 취재했던 북한 체험을 담은 『북한이라는 수수께끼』를 펴내기도 했다. 2015년 한국에도 번역 소개된 저서에는 지난 2005년 4월 평양 금수산기념궁을 방문해 방명록 서명을 거부했다가 취재 활동이 모두 취소됐던 일 등 북한의 속살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1947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장쉰은 1968년 문화혁명 당시 안후이성 황산의 차밭으로 하방돼 고된 노동을 견뎠다. 1974년부터 상하이 ‘문회보’, ‘문학보’에서 신문 기자로 20여년간 활약했다. 1994년 홍콩으로 건너온 장쉰은 아주주간에 합류해 27년 동안 중국공산당 개혁파 원로인 두다오정(杜導正), 리루이(李銳), 후더핑(胡德平)을 비롯해 비운의 지도자로 불리는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공 총서기 가족을 여러 차례 단독 인터뷰했다. 중국의 정치 내막과 숨겨진 역사, 중국 정계의 새로운 추세를 예리한 필체로 분석했다. 2008년에는 아시아 출판업협회(SOPA)가 선정한 ‘올해의 기자상’을 비롯해 홍콩·상하이·베이징 등에서 20여 개의 문학상과 보도상을 수상했다.
추리번(邱立本) 아주주간 편집인은 “장쉰은 오랜 전우이자 동업자였다”며 “일에는 진지했고, 인맥이 넓었으며, 각종 단독 보도로 중국 정치의 내막을 파헤친 기자”라고 애도했다. 량전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 겸 현 전국정협 부주석도 페이스북에 “장쉰 선생을 침통하게 애도한다”는 글을 올렸다.
장쉰의 유족으로는 아내와 딸인 량페이(梁菲) 전 홍콩발레단 단장이 있다. 량 전 단장은 페이스북에 “당신의 일생은 끝없는 일의 연속이었다”며 “꼭 써야 할 글이 있었고, 반드시 내야 할 책이 있었다. 친구가 부르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반드시 도왔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아주주간은 고인의 억울한 송사도 소개했다. 2008년 한 홍콩 시민이 기자회견을 열고 “장쉰은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으로 홍콩 신문 업계에 잠입한 중공당원”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장쉰은 2년에 걸친 법정 공방전 끝에 결백을 밝혀냈고, 피고로부터 85만 홍콩달러(1억3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장쉰은 신문 기자 외에도 왕성한 저술가였다. 『홍콩의 칠정육욕』, 『사상의 개똥벌레』, 『홍콩, 한 도시의 암호』 등 4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해마다 홍콩 북 페어에 새로운 저서를 내고 참여했을 정도로 책을 사랑한 기자였다.

北 현지 취재기 『북한이라는 수수께끼』 저자 #中 개혁파 원로 인터뷰 등 정계 막후 파헤쳐 #량전잉 전 홍콩 행정장관 “침통하게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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