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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파산 후 韓 해운 7위 추락…수출기업 부담만 커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서 열린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 및 1.6만TEU급 한울호 출항식에서 컨테이너가 한울호에 선적되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서 열린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 및 1.6만TEU급 한울호 출항식에서 컨테이너가 한울호에 선적되고 있다. [뉴스1]

한국의 선복량(적재 능력) 세계 점유율이 2016년 이후 세계 7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세계 5위에 올랐었지만 한진해운 파산을 계기로 하락한 선복량 점유율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4일 발표한 ‘해운산업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한국의 지배선대 선복량은 8058만3000DWT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3.9%로 그리스,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에 이어 7위였다.

한국 선복량 비중과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 선복량 비중과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은 지난 2014년 선복량 점유율 4.7%를 기록하며 세계 순위 5위를 기록했지만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며 그 여파로 순위가 하락했다. 2016년에 점유율 4.4%로 7위를 기록한 이후 순위는 그대로지만 점유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전경련은 “해운산업은 선사간 서비스 차별성이 낮아 원가절감을 위한 무한경쟁 시장에 가깝다”며 “한국 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면서 선복량과 노선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해운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며 각 선사가 저가 운임을 내세우는 치킨게임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한진해운을 비롯해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선사들이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 사이 글로벌 대형선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했고 소수 대형 선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장 과점화가 발생했다.

여기에 물량이 많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중국에 글로벌 선사의 선대 편성이 집중되며 한국의 물량이 축소하는 ‘한국패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1·2위 선사의 아시아∼미주 서부 노선 점유율은 2016년 8월(11.4%)보다 4.1%포인트 하락한 7.3%에 그쳤다. 여기에 6월 부산항을 기점으로 한 로스앤젤레스 운임은 전년 대비 3.4배, 함부르크 운임은 6.2배 늘어나 수출 기업의 부담은 커졌다.

전경련은 한국 해운산업이 규모의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선사의 선복량과 점유율을 확대해야만 한다고 분석했다. 자국 화물에 대한 적취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국내 선사가 적취율을 높여야 하며 해운회사에 자본투자를 담당할 선박금융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해운회사가 선박 투자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투자자 세제 혜택 등을 강화하고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 규제를 개선해 대량 화주 또는 공공기관이 해운회사에 지분 투자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 위기 중 나타난 한국 패싱 현상은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화주와 선주가 안정적인 상생 협력 구조를 만들고 장기적인 해운산업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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