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가 극찬했던 '충청 맹주' 이완구 전 총리 별세

중앙일보

입력 2021.10.14 11:16

업데이트 2021.10.14 13:31

국무총리 시절 한 행사에 참석한 이완구 전 총리의 생전 모습. 중앙포토

국무총리 시절 한 행사에 참석한 이완구 전 총리의 생전 모습. 중앙포토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충남 홍성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양정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했다.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일하던 그는 경찰로 옮겨 새로운 길을 걸었고, 당시로선 최연소 경찰서장(31세) 타이틀을 갖고 고향인 홍성에 부임했다. 이후 39세 때는 최연소 경무관이 됐고, 1995년 2월 충남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복을 벗었다.

곧바로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한 그는 이듬해인 1996년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로 충남 청양·홍성에 출마해 첫 금배지를 달았다. 신한국당의 유일한 충남 지역 당선자였던 그는 1998년 김종필(JP) 총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에 합류해 대변인과 원내총무(원내대표)를 지냈다.

자민련 시절 그는 원로 정치인이 아끼는 꿈나무였다. 당시 총재이던 JP는 “번개가 치고 나면 먹구름이 올지 천둥이 올지 아는 사람”이라며 그의 정무감각을 높이 평가했고, 박태준 전 자민련 총재에도 그를 두고 “철두철미하다”고 평했다.

2000년 총선 때 재선에 성공한 그는 2004년 총선에는 불출마했다. 미국으로 잠시 건너가 견문을 넓힌 그는 귀국 후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가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충남지사에 당선됐다. 충청권 정계의 꿈나무이던 그가 ‘충청의 맹주’가 되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당초 계획된 세종시 원안을 바꿔 정부 부처 대신 기업이 입주하는 수정안을 추진하려 하자 이에 반발해 임기 도중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명박 정부와는 척을 지는 행동이었지만 세종시 원안을 사수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정치적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야인으로 있던 그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인 2013년 4월 치러진 재·보궐선거에 출마에 충남 부여·청양에서 다시 금배지를 달았다. 이듬해인 2014년 5월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어수선하던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로 추대됐다. 한나라당 시절을 포함해 당시까지 새누리당의 충청권 원내대표는 그가 처음이었다. 원내대표 시절에는 세월호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등 그의 정무감각이 돋보이는 순간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가 흔들리던 순간에는 긴급 구원투수로 등판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교체하기 위해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잇따라 낙마했고 결국 충청권 출신이자 정치인인 그를 2015년 1월 총리로 지명했다.

2015년 2월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모습. 중앙포토

2015년 2월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모습. 중앙포토

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통틀어 유일한 ‘정치인 총리’ 타이틀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잇따라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이 강하게 반발했고 자진 사퇴 요구까지 받던 그는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취임 두 달이 되지 않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졌고, 결국 싸늘해진 여론을 이겨내지 못하고 취임 63일 만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는 순간이었다. 이후 2년여에 걸친 재판 끝에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그로선 “되돌릴 수 없는 고통의 시기”였다.

시련은 정치적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2012년 초 다발성골수종(혈액암의 일종) 판정을 받아 8개월 간의 항암치료 끝에 완치됐던 그였지만 최근 암이 재발해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대전 지역에서 출마를 모색하는 등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기도 했지만 건강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그는 끝내 삶과 이별을 고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백연씨와 아들 병현·병인씨가 있고, 장례식장은 서울성모병원이다. 발인은 16일 오전 7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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