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K뷰티의 뿌리…쑥과 마늘로 백색 피부 가꾼 웅녀

중앙일보

입력 2021.10.14 11:00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111)

한국 문화가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최근 한류와 관련된 단어 20여 개가 새로 실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펴내는 이 사전은 지난 9월 업데이트를 하면서 한국 문화와 관련된 단어를 대거 포함했다. OED는 “한국 대중문화가 국제적 인기를 누리는 요즘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K스타일 등 여기저기 접두사 K가 붙는 것처럼 보인다”고 소개했다.

OED의 지적처럼 K뷰티(K-Beauty)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화장품을 지칭하는 용어다. 한국 화장품 산업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K뷰티는 요즘 세계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고 있을까. 산업통상자원부의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6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0.8% 증가했다. 9월에도 화장품 수출실적은 8억8100만 달러로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K뷰티의 선전은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한민족은 역사 시작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DNA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원은 고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민족은 흰 피부의 소유자를 귀인으로 받아들이고, 흰옷을 선호하는 백의민족이다. [중앙포토]

한민족은 흰 피부의 소유자를 귀인으로 받아들이고, 흰옷을 선호하는 백의민족이다. [중앙포토]

10월 3일 개천절이 지났다.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는 한민족의 기원을 되새기는 날이다. 한민족은 홍익인간을 내세우며 나라를 세웠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삼국유사』 고조선 편에는 아름다움의 역사가 행간에 실려 있다. 2000년 전 단군왕검은 아사달을 서울로 삼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웠다. 중국의 요임금과 같은 시대다. 단군신화에 따르면 한민족의 첫 주거지는 단목(檀木, 박달나무) 근처라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태평양박물관 관장을 지내고 『한국화장문화사』를 쓴 전완길은 이를 “한민족은 향나무인 박달나무를 신성하게 여기는 등 향료가 생활과 밀접했음을 의미한다”며 “당시 한민족은 향유·향료를 발견해 사용한 것은 물론 피부를 희고 아름답게 가꾸었던 듯하다”고 보았다.

단군성전의 모습. [중앙포토]

단군성전의 모습. [중앙포토]

그럼,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준 쑥과 마늘의 용도는 무엇일까. 식품학자는 쑥과 마늘을 양념으로 보고 의학사가는 약재로 말한다. 하지만 쑥과 마늘을 미용 재료로도 볼 수 있다. 쑥과 마늘은 피부를 희게 하는 미용 재료로 사용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의 미용 처방을 보면 쑥을 달인 물에 목욕하면 피부가 건강해지고 아울러 미백(美白)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짓찧은 마늘을 꿀에 섞어 얼굴에 골고루 펴 바른 뒤 씻어내면 살갗의 미백효과는 물론 잡티·기미·주근깨 등을 제거할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면서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도록 한 것은 백색 피부 가꾸기를 시험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곰과 호랑이는 신화인 만큼 두 동물의 기질을 지닌 여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환웅과 백색 피부를 가꾼 웅녀 사이에서 태어난 이가 바로 단군왕검이다. 이후 한민족은 흰 피부의 소유자를 귀인(貴人)으로 받아들이고, 흰옷을 선호하는 백의민족이 되었다. 그러니 한민족이 백색 피부 등 아름다움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나아가 그걸 세계인에게 보급해 널리 인간을 아름답게 하려는 홍익인간 정신이 오늘날 K뷰티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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