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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태양광 타고 우주로 가요…’올드하다’ 이미지 확 바꾼 이 회사

중앙일보

입력 2021.10.14 07:00

그동안 앤츠랩이 100여개의 종목을 다뤘지만, 지주회사는 없었습니다. 이런 점을 딱 알아채고 지적한 독자분이 등장! 특별한 이유가 있어 안 한 건 아니지만 속으로 뜨끔했죠. 그 오늘은 flas***@naver.com님의 제안을 받들어 처음으로 지주회사를 다뤄볼까 합니다.

태양광 발전. 셔터스톡

태양광 발전. 셔터스톡

아시다시피 지주회사는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는 게 주 업무! 가치를 정확히 따지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요. 실적 좋은 자회사 덕에 기대 이상의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그 많은 자회사 리스크에 노출된 탓에 저평가된 곳도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 “자회사가 좋으면 그 회사를 사지, 왜 지주회사를 사?”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손흥민이 축구를 잘하면, 감독이랑 구단주도 실력 좋다는 칭찬을 들으니까요. (적절한 비유인지 애매^^)

아무튼 오늘의 첫 주자는 ㈜한화(종목명은 한화)입니다. 엄밀히 말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닌데요.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면 안 되는데, 한화생명이 ㈜한화의 자회사! 당장 분리하긴 어려운 데다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 규제 등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당장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긴 쉽지 않은 상황.

한화 본사사옥. 한화그룹

한화 본사사옥. 한화그룹

지주회사 쓴다면서 굳이 지주회사가 아닌 걸 고른 이유가 있습니다. 법적으로만 아닐 뿐, ㈜한화는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한화 지분을 늘리면 그룹 전체 장악력이 커집니다. 지배 구조상 의미가 있다는 얘기죠. 사업적으로도 파워가 막강! 알짜 한화생명(18.15%)은 물론 그룹의 미래를 짊어진 한화솔루션(36.31%), 한화에어로스페이스(33.95%)의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휘하는 그림입니다.

이제 내용을 좀 들여다볼게요. 일단 자체 사업이 있습니다.

방산=각종 탄약류, 유도무기 체계, 발사체 등
기계=장비 설계, 공정 자동화 기술 등
글로벌=석유제품 수출입 등

세 부문 모두 지난해보단 훨씬 분위기가 좋은 상황! 물론 자체 사업을 다 합해도 전체 연결 매출의 10%에도 못 미치니 큰 비중은 아닙니다.

한화생명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한화생명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아무래도 연결 자회사들의 성적표가 중요할 텐데요. 덩치가 가장 큰 건 한화생명입니다. 생명보험업계에서 탄탄한 2위권을 지키고 있는데요. ㈜한화 연결 매출의 3분의 1 정도를 담당!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구조적(저출산, 고령화 같은)인 성장 정체에 시달리고 있지만, 올해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10%가량 증가! 금리 인상(채권으로 돈을 많이 굴리기 때문!) 덕에 3분기 성적표도 괜찮을 거란 예상입니다.

㈜한화는 최근 주가 흐름이 좋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0%가량 뛰었고, 무엇보다 최근 코스피 급락 분위기에도 상대적으로 잘 버티는 중! 자회사 성장 기대감이 분명 반영된 결과일 겁니다. 대표적으로 한화솔루션. 회사의 미래라는 태양광 전문인데 앤츠랩에서 다룬 적이 있죠. (태양광 강자, 테슬라 느낌 추가요! 스토리가 그럴 듯한 이 기업)

한화큐셀이 미국 텍사스에 건설한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연합뉴스

한화큐셀이 미국 텍사스에 건설한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연합뉴스

한화솔루션은 최근 프랑스 재생에너지 개발업체 RES프랑스의 지분 100%를 약 1조원에 인수. 국내에서도 태양광 셀·모듈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 태양광만? 한화솔루션은 금융과 방산을 제외하고 그룹 내 모든 친환경, 에너지, 수소(고압 탱크 전문 시마론 인수) 등 핵심 사업이 모이는 곳입니다. 지분 관계를 고려할 때 3세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키 역할을 할 회사이기도 하죠.

또 다른 한 축인 우주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합니다. 역시 앤츠랩에서 이미 다뤘는데요. ("전기차 다음은 우리"...머스크 힘 받은 우주 관련주) 기본인 항공엔진에다 요즘 부쩍 위성에 힘을 싣고 있죠. 국내 유일의 위성 설계업체 쎄트렉아이 지분을 인수했고, 미국과 영국 위성 관련 업체 지분도 사들이는 중. 국내에선 한화가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이 3억 달러를 투자한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OneWeb)의 로켓 발사 개념도. 한화그룹

한화시스템이 3억 달러를 투자한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OneWeb)의 로켓 발사 개념도. 한화그룹

한화의 뿌리는 한국화약. 김승연 회장이 이끈 1981년부터가 본격적인 성장기였는데 재계 순위 7위권까지 덩치를 불렸습니다. 방산과 석유화학, 금융이 큰 역할을 했죠. 하지만 금융은 성장 정체, 방산과 석유화학은 ESG라는 큰 벽 앞에 직면! 한화로서는 사업 체질을 바꾸면서 경영권 승계라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한화’하면 좀 보수적이고,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의 움직임만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친환경과 우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이 아주 일관되고, 신속합니다. 태양광도, 우주도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투자가 미래를 결정하는 건 확실! 최근 탄탄한 주가 흐름은 주주들도 최근의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한국형 전투기(KF-X)에 장착할 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형 전투기(KF-X)에 장착할 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요즘 한화에선 지분 정리작업이 한창인데요. 한화에너지가 김동관(장남) 체제의 열쇠라던 에이치솔루션과 합병했고, 금융 쪽도 생명-자산운용-증권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모두 승계와 관련이 있죠. 아직은 큰 잡음이 없지만, 정리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룹이 미래를 걸었다는 태양광, 우주 키워드는 분명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또는 글로벌 정책 환경 변화에 민감한 건 불안 요소.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뒤바뀌는 경험, 이미 많이 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그럴듯한 변신, 100주년은 너끈할 듯

※이 기사는 10월 1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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