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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한국은 제주도로, 스위스는 이곳으로 피신했다

중앙일보

입력

체르마트 마을을 누비는 전기 차량의 모습. 체르마트는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다. 백종현 기자

체르마트 마을을 누비는 전기 차량의 모습. 체르마트는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다. 백종현 기자

코로나 사태 후 국내는 제주도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스위스에서는 알프스 마테호른(4478m)의 발아래 있는 체르마트로 여행자가 몰리고 있다. 전 세계 여행 트렌드가 ‘자연 친화’ ‘야외 활동’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증거다. 체르마트는 스위스에서도 가장 고전적인 고장으로 통한다. 스위스 사람은 그곳에 여행의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느린 마을, 엄격한 마을

체르마트는 마테호른 기슭에 자리한 산악 관광 도시다. 인구는 5800명가량이지만, 호텔은 110여 개에 이른다. 대부분의 집과 호텔, 상점들이 샬레 풍 전통 가옥의 형태를 하고 있다. 백종현 기자

체르마트는 마테호른 기슭에 자리한 산악 관광 도시다. 인구는 5800명가량이지만, 호텔은 110여 개에 이른다. 대부분의 집과 호텔, 상점들이 샬레 풍 전통 가옥의 형태를 하고 있다. 백종현 기자

72만5592일. 올 1~8월 전 세계 여행자가 체르마트에서 묵어간 날의 총합이다(스위스는 관광 통계를 숙박 일 기준으로 낸다). 스위스의 관문인 취리히(81만8575일)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수도 베른이나, 관광 도시 루체른보다도 곱절 이상 높다. 지난 5일 체르마트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띈 것도 거리의 인파였다. 여름 휴가철도, 본격 스키 시즌도 아닌데 시내가 여행자들로 붐볐다.

스위스에서 가장 느긋하면서도 엄격한 도시. 체르마트에 있던 3일 동안 느낀 감상은 이랬다. 일단 마을로 들어가려면 협곡을 파고드는 시속 38㎞짜리 열차를 타야 했다. 주민 스스로 1961년 탄소를 내뿜는 일반 차량의 통행을 막아서다. 마을에서는 마차나 ‘티코’ 만한 전기차가 대중교통을 대신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런 불편이 되레 즐거웠다. 청정 산악 도시에 입장했다는 걸 가장 드라마틱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 집도 주민 뜻대로. 이것이 체르마트에선 일상이었다. 새집은 적어도 2년 이상 건물 높이에 달하는 장대를 꽂아둔 다음, 주민 동의를 받아야 삽을 뜰 수 있었다. 마을 전체가 샬레 풍의 세모 지붕을 한 것도, 호텔 대부분이 마테호른 뷰를 갖출 수 있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처음 체르마트 역을 빠져나오는 순간 거대한 테마파크에 입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을 전체가 자연 친화적으로 조율된 상태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체르마트 주변 산악 지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코 양. 눈·코·입 주변이 검은색을 띤 것이 특징이복슬복슬한 검은 털로 인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백종현 기자

체르마트 주변 산악 지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코 양. 눈·코·입 주변이 검은색을 띤 것이 특징이복슬복슬한 검은 털로 인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백종현 기자

체르마트 주변의 초원을 떼 지어 다니며 풀을 뜨는 알프스의 귀염둥이 ‘검은 코 양’도 야생이 아니다. 양털이나 고기 생산 측면에서는 큰 가치가 없지만, 이 지역 고유종을 보존하기 위해 인근 농가와 호텔에서 방목해 사육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체르마트에 있는 동안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단어를 인사말처럼 자주 많이 들었다. 체르마트에는 호텔이 110개가 넘고, 렌털 하우스는 1200여 개에 달한다. 주민 5800여 명 대부분이 관광업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들이 자연과 전통을 지키는 데 몰두하는 배경이다. 대를 이어 호텔과 농가를 이어오고 있다는 레베카 율렌 사장은 말했다.

“청정 자연과 전통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마을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고, 관광객을 위해 우리가 할일이다”

알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체르마트 한 호텔 스파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의 모습. 스파에서 마테호른의 절경이 내다보인다. 백종현 기자

체르마트 한 호텔 스파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의 모습. 스파에서 마테호른의 절경이 내다보인다. 백종현 기자

‘하루로는 부족해(one day is not enough)’

마을에서 얻는 안내 책자는 체르마트의 매력을 그렇게 요약하고 있었다. 사실이 그랬다. 체르마트는 해발 4000m급의 고봉이 겹겹이 진을 친 협곡 안쪽에 마을에 있다. 생태 관광 도시이기 전에, 세계적인 레포츠 성지다. 체르마트 주변의 스키 슬로프만 이어도 360㎞에 달한다. 마을은 두어 시간이면 다 돌아볼 만큼 작지만, MTB‧트레킹 코스가 주변으로 구석구석 뻗어 있다. 알프스가 내다보이는 노천 스파에서의 휴식도 참기 어렵다. 적어도 3일은 잡아야 한다.

7년 전 체르마트에 왔을 때는 고르너그라트(3089m)·로트호른(3103m)·수네가(2288m) 등의 봉우리로 향하는 산악열차와 곤돌라를 뻔질나게 타고 다녔다. 마테호른을 가장 가까이 또 손쉽게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날이 흐려 마테호른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알프스를 거닐었다. 체르마트 주변에는 모두 400㎞ 길이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가 있으므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패러글라이딩은 체르마트와 알프스를 가장 짜릿하게 즐기는 방법으로 통한다. 리펠베르그 정상에서 체르마트 시내까지 15분 정도가 걸린다. 백종현 기자

패러글라이딩은 체르마트와 알프스를 가장 짜릿하게 즐기는 방법으로 통한다. 리펠베르그 정상에서 체르마트 시내까지 15분 정도가 걸린다. 백종현 기자

이번에는 자전거를 빌려 마을 구석구석과 알프스 자락의 오솔길을 달렸다. 차량의 방해가 없고 표지판이 잘 돼 있어, 낯선 동네인데도 제법 속력이 붙었다.

하이라이트는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산악열차를 타고 리펠베르그(2582m) 정상에 오른 다음, 패러글라이더를 매달고 공중으로 날았다. 체르마트에서 20년 경력 베테랑 글라이더와 함께였다. 스튜어트 가일스 교관은 “7000회 이상 비행했지만, 하늘에서 보는 알프스는 늘 새롭고 짜릿하다”고 했다. 리펠베르그 정상은 바람이 거셌지만, 막상 비행할 때는 구름 위를 걷는 듯 평온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체르마트는 꼭 레고 블록으로 세운 동화 속 풍경 같았다.

여행정보

25일부터 스위스 정부가 발행하는 코로나 인증서가 있어야 식당·박물관 등의 대중 시설에 출입할 수 있다. 백신 접종 사실이나 코로나 테스트 음성 확인을 받아야 코로나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귀국 전후에 PCR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백신 접종자는 자가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스위스는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없다. 실내 시설이나,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가 필수다. 자세한 내용은 스위스정부관광청(myswitzerland.com/ko)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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