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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하노이회담 직전 北군수공장 등 '전력협력'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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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통일부의 남북정상회담 담당 부서가 ‘하노이 북·미 회담’을 앞두고 대외비로 북한과의 전력협력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받았고, 여기엔 군수품 생산 시설에 대한 전력 지원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산책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산책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측 간사인 김석기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는 2018년 11월 에너지경제연구원으로부터 ‘북한 전력공업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제출받았다. 해당 보고서는 이듬해인 2019년 1월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회담2과에 인계됐다. 남북회담본부 회담2과는 남북 간 경제분야 회담 및 협상대책의 수립ㆍ시행 및 대북교섭을 담당하는 부서다.

해당 보고서는 북한의 산업부문 지역별 전력수요를 분석하고 전력수급 개선방안 등을 담았다. 보고서는 먼저 “북한의 전력수급 상황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남북 전력협력 정책 수립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연구 목적을 밝혔다. 특히 '대북 전력지원 시 검토 요소'로 “전력지원을 했을 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 “전력지원이 이뤄졌을 때 빠른 기간에 전력공급이 이뤄져 산업용 전력이 공급되는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다만 해당보고서는 “북한이 개혁ㆍ개방을 통해 정상 국가화할 경우”를 전력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특히 보고서는 폭약, 포신 등 군수품 생산 시설에 관한 전력수급 방안도 검토했다. “전력수요가 많고 산업 발전시설이 밀집해 있는 평양, 나진선봉, 원산 등 주요 지역에서 시작해 지역 단위로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산업시설의 전력현황을 분석했는데, 여기에 군수품 생산시설이 다수 포함됐다.

예를 들어 보고서에서 '주요 비료기업'으로 꼽힌 7.7연합(은덕화학)은 2015년 산업연구원이 ‘북한의산업’을 주제로 발간한 자료집에서 “TNT, RDX, 암모나이트 폭약 등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소개됐다. TNT는 지난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폭약이며, RDX는 천안함 폭침 당시 해역에서 검출된 폭약 성분이다. 에너지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2015년 산업연구원 자료를 참고해 (보고서를)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주요 산업시설’로 꼽힌 ‘문평제련소’,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등은 산업연 자료에서 “군수품 등 특수생산물 생산 기업”을 의미하는 '특급 기업'으로 분류됐다. 김석기 의원실은 “산업연 자료에서 군수품 관련 기업으로 명시된 시설에 대한 전력수요를 검토하면서 문제점을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청와대는 2018년 4월 열린 ‘도보다리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전소 내용”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초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 검토' 문건을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장을 낳았다.

통일부가 해당 보고서를 발주해 보고받은 시점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을 앞둔 시점이어서 야권에선 “이 자료가 북한에 제재 완화의 ‘당근’으로 제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나온 산업부 공무원들의 삭제 문건 목록. 북한 원전지원과 관련한 문건도 있다.

검찰 공소장에 나온 산업부 공무원들의 삭제 문건 목록. 북한 원전지원과 관련한 문건도 있다.

다만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연구위원은 “대북 제재가 완화되고 남북 간 경제협력이 활성화 됐을 때를 전제로 한 보고서”라며 “전력설비현황을 분석한 것일 뿐, 전력 지원을 목적으로 한 보고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군수품 생산시설에 대한 전력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에 “모든 분석은 대북 제재 완화를 전제로 한 설비 조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남북회담 담당 부서에 북·미회담 직전 보고됐고, 관계부처에 모두 보고서가 공유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북한 전력지원의 초점을 군수공장이 포함된 북한의 산업 활성화에 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석기 의원은 “북한 군사력을 증대시키는 남북 경협을 추진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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