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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성범죄 2차가해""그녀가 추행"…해군 막장 맞고소전

중앙일보

입력

국방부 전경, 국방부 깃발. 뉴스1

국방부 전경, 국방부 깃발. 뉴스1

해군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군무원이 2년 전 상관의 성추행을 증언한 이후 2차 가해와 집단 따돌림에 시달렸다는 신고가 국방부에 접수됐다. 동시에 이 여성 군무원은 함께 일하는 몇몇 군인들을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군 경찰에 고소를 당한 상태다. 국방부는 감사에 나섰지만, 꼬일 대로 꼬인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도대체 해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년 전 성범죄 증언 이후 ‘누가 신고했냐’며 2차 가해”

여성 군무원 A씨 측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의 상관이 여성 군무원들에게 수차례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드러나 보직 해임이 됐다. 당시 A씨도 군 감찰실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7월 국방부 감사관실에는 A씨에 대한 피해가 이어진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관련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2차 가해 및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고, 또 다른 피해 여성 군무원은 이런 군 문화에 한계를 느끼고 11개월 만에 퇴직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의 변호인은 “내부에서 지속해서 A씨에게 ‘누가 상관을 신고했냐’며 색출하는 듯한 질문을 하거나 ‘(당신이) 내가 존경하는 상관을 그만두게 했다’고 했으며 새로운 사람이 전입해오면 ‘A는 무서운 사람이니 조심하라’고 말해 사람들이 멀리하게끔 했다”고 주장했다.

“갈등 조장 및 성추행” 고소 및 인권위 진정까지

A씨와 함께 근무하는 군인들은 “오히려 A씨가 군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남성 군인 B씨는 지난 6월 “A씨가 악수를 요구하고 대화 중 팔뚝을 툭툭 치는 등 강제 추행을 했으며, 후배들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강요했다”며 강제 추행, 업무 강요, 무단이탈 등의 혐의로 A씨를 군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 8월에는 B씨를 포함한 몇몇 군인들이 인권위에 A씨에 대한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 진정을 대리한 변호인은 “A씨의 남군 성추행, 근무지 이탈, 갑질 등의 행위를 SNS 대화 내용과 동료들의 진술을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A씨 변호인은 이를 두고 “집단 괴롭힘의 일환”이라며 “이들의 고소와 인권위 진정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제출했고 A씨를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서 스스로 나가게끔 하려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A씨 측은 이들을 상대로 무고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군부대 내 ‘맞고소전’으로 번져

해군 측은 국방부 감사 이전부터 관련 보고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새로운 상관이 부임하면서 간담회 등을 통해 부대 상황을 진단했고 이때부터 A씨에 대한 동료ㆍ후배의 증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어 “부대 내에서 몇몇 군인들이 A씨로부터 피해를 보았다고 하는 상황이다. 상관으로서 A씨가 동료들과 함께 일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업무 배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의 변호인은 “해군사관학교 출신이 아니고 미혼 여성인 군무원 A씨를 집단으로 차별하고 무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3개월째 수사에 진척이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성범죄 사건은 4주에서 6주 내로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B씨 측의 주장이다.

국방부는 이 사건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으나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군 관계자는 “자체 감찰은 재개할 예정이며 감사 결과 외에 나머지는 수사 중이고 조사 중인 사안이라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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