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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패밀리 분열? 유동규·김만배 vs 정영학·남욱 갈리나

중앙일보

입력

사진 왼쪽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사진 연합뉴스·경기도·JTBC

사진 왼쪽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사진 연합뉴스·경기도·JTBC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 남욱(48) 변호사가 언론과 첫 인터뷰에서 나서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내재한 복잡한 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의 주역으로 ‘대장동 패밀리’로도 불렸던 이들은 당초 동업자였지만,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서서히 편이 갈라지는 모습이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놓고 ‘대장동 패밀리’ 분열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패밀리’가 검찰에 각각 제출한 자료에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부터 관여했던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는 지난 9일 검찰에 낸 자술서에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은 정 회계사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나온다고 한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걸 다들 알지 않느냐.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 변호사는 12일 JTBC와 인터뷰에서 “(정 회계사의) 녹취록이 있다고 들었는데, 유 전 본부장의 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김씨에게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배당이 시작된 2019년부터 김씨가 유 전 본부장 지분을 거론했는데, (유 전 본부장에게) 줘야 할 돈이 400억원에서 700억원까지 바뀌었다”는 게 남 변호사 주장이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지분을 주장하고 있고, 김씨와 유 전 본부장 측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사업 설계와 로비, 유동규·김만배가 다 했다?

남욱 변호사가 지난 12일 JTBC와 인터뷰했다. 사진 JTBC 캡처

남욱 변호사가 지난 12일 JTBC와 인터뷰했다. 사진 JTBC 캡처

법조계 안팎에서는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의 ‘선 긋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을 함께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중간에 사업에 뛰어들어 지분을 더 챙긴 김씨와 ‘갑’의 지위에 있었던 유 전 본부장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남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2015년 이후 대장동 사업에서 맡았던 역할은 없었다”고도 했다. 정 변호사도 진술서에 2019년부터의 일을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 선후배인 남·정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의 설계 때의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사업의 수익을 나누면서 김만배씨와 다투게 된 상황에 집중된 주장을 펴고 있다.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남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 변호사는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에 입사해 ‘유동규 별동대’로 불리는 전략사업실 산하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계획안 작업 등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사정에 밝은 공사 관계자는 “정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연결고리로 있던 상황에서 이들이 대장동 사업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700억 약정설’과는 거리두는 남욱·정영학·정민용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이 주도해 설립한 ‘유원홀딩스(전 유원오가닉)’에 남 변호사가 보낸 투자금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정 변호사는 공사 퇴직을 3개월 앞두고 지난해 11월 부동산개발 관련 업체 유원홀딩스를 차렸다. 현재는 유 전 본부장과 동업 관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별명이 ‘유원’이었는데 이 이름을 따서 법인명을 지으면 대외적으로 호가호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서에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남 변호사로부터 투자금 35억원을 받게 됐다”고 했다. 남 변호사가 유원홀딩스에 보낸 돈이 투자금 성격이며 이를 유 전 본부장이 갚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700억원 약정설’과 유 전 본부장을 연결지으면서도 남·정 변호사와는 거리를 두는 논리다.

검찰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로부터 유원홀딩스 투자금을 받았다고 하는 이유는 뇌물공여죄 처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녹취록·자술서 외에도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많이 있을 것이다. 이밖에 수사팀이 주요 인물의 대질조사 등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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