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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겼던 발톱 세운 손흥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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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이란전에서 상대 수비를 피해 과감하게 슛을 시도하는 손흥민. [뉴스1]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이란전에서 상대 수비를 피해 과감하게 슛을 시도하는 손흥민. [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새벽(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이란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2승 2무(승점 8)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조 1위 이란(승점 10)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3위 레바논(승점 5)과 승점 3점 차다.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공격이 무뎌졌던 손흥민(29·토트넘)이 완전히 달라졌다. 0-0으로 맞선 후반 3분 이재성(마인츠)의 침투 패스를 받은 그는 침착하게 먼 쪽 포스트를 노려 골을 터트렸다. 손흥민 특유의 침착함과 결정력이 돋보였다.

그는 이란 선수들 보란 듯이 거칠게 포효했다. 한국이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은 건 2009년 박지성 이후 12년 만이다. 박지성의 골 이후 12년간 이어진 침묵을 손흥민이 깼다는 게 상징적이었다. 손흥민은 A매치 29번째 골이자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지난 7일 시리아전에서 손흥민은 후반 44분 결승 골을 터트렸다. 그가 대표팀에서 2경기 연속 득점한 건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과 독일전 이후 40개월 만이다.

손흥민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슈팅을 자제하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했다.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때리는 특유의 플레이가 대표팀에서는 실종됐다. 득점을 노리기보다 동료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려 했다. 지난 8월 최종예선 첫 경기였던 이라크전에서 손흥민은 슈팅 1개만 기록했다. 이른바 ‘손흥민 존’으로 꼽히는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공을 잡았을 때도 패스를 선택했다.

포지션 문제도 있다. 한국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최근 투톱 대신 원톱 전술을 쓰고 있다. 황의조(보르도)를 최전방에 세우고, 손흥민은 왼쪽 윙이나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뒤로 물러난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면서 ‘미끼’ 역할을 했다.

슈팅이 줄면서 득점도 감소했다. 손흥민은 벤투호 출범 후 23경기에 출전해 6골을 넣었다. 이전 71경기에서 26골을 넣은 것과 대조적이다. 손흥민은 2019년 스리랑카전 이후 시리아전까지 2년 동안 8경기 연속 필드골을 넣지 못했다. 지난 6월 레바논과 2차 예선전에서 페널티킥을 넣었을 뿐이다.

손흥민이 스스로 밝힌 이유는 책임감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대표팀 주장을 맡은 그는 다큐멘터리 ‘손세이셔널’에서 “소속팀에서는 주위를 보지도 않고 슛을 때린다. 그런데 대표팀에서는 동료들에게 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8월 이라크전을 마친 뒤 손흥민은 “(슈팅이 적다는 건) 맞는 말이다. 고쳐야 한다. 승리하려면 골이 필요하다. 난 슛을 좋아하고 자신 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때 시도하면 팀에 피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욕심을 내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시리아전 후반에만 슈팅 7개를 날렸다. 이란전에서도 5개를 쐈다. 두 골이 터졌고, 팀은 승점 4점을 얻었다.

손흥민은 이란전 후 “선수들이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 ‘때려라’고 말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오늘 골은 상황을 너무 좋게 만들어줘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를 거두지 못해 주장으로서 죄송하다. 아직 최종예선이 끝나지 않았다. 크게 보면 좋은 흐름이다. 더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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