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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3도 오르면 버킹엄궁·두바이도 잠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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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방글라데시 랄바그 요새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를 경우(왼쪽)와 3도 오를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긴 모습. [사진 기후중심]

방글라데시 랄바그 요새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를 경우(왼쪽)와 3도 오를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긴 모습. [사진 기후중심]

해상 도시로 변한 중국 상하이(上海)의 루자쭈이(陸家嘴) 금융가, 3층 높이까지 물에 잠긴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 바다 위로 홀로 솟은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이상 상승할 때 세계 주요 도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기후 중심(Climate Central)’이 제작해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한 가상 장면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섭씨 기준 3도가 올라갔을 때 물에 잠길 주요 도시의 모습을 그렸다. CNN에 따르면 연구팀은 각 도시의 해발고도와 인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 규모를 예측했다.

영국 버킹엄궁 기온이 1.5도(왼쪽)만 올라도 궁궐이 상당 부분 침수됐다.

영국 버킹엄궁 기온이 1.5도(왼쪽)만 올라도 궁궐이 상당 부분 침수됐다.

연구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 규모는 평균기온 상승 폭에 좌우되고, 피해 규모도 이에 따라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의 마지노선은 과학자들이 기후 재앙의 ‘티핑포인트’(갑작스러운 변화의 순간)로 상정한 1.5도였다.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으면 작은 섬나라는 아예 물속으로 사라지고, 전 세계 곳곳의 도시들이 물에 잠긴다. 현재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도 올랐다.

연구팀은 이미 전 세계에서 약 3억8500만 명이 침수 가능 지역에 산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고, 더는 기온이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그 정도다. 기온이 더 오르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진다. 평균 잡아 기온 상승이 1.5도가 되면 5억1000만 명, 3도면 8억 명이 피해를 본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생활 터전이 물속 으로 가라앉는다는 이야기다.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기온이 3도 오를 경우 도시 전체가 물속에 잠겼다.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기온이 3도 오를 경우 도시 전체가 물속에 잠겼다.

해수면 상승 피해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침수 피해 예상지역 상위 10곳 중 8곳이 아시아에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가 해수면 상승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혔다. 중국은 2050년까지 평균기온이 3도 오를 때마다 2억 명이 침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지역은 모두 지난 몇 년간 석탄 소비가 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석탄 사용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지난 9월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잔존하는 석유·천연가스의 60%, 석탄의 90%를 2050년까지 채굴하지 않고 남겨둬야만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낮추면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도 희망적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완벽히 피할 수는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평균기온이 지금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중국이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제로)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더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수와 폭풍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맞설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느냐도 기후변화 대처의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비용 감당이 힘든 저소득 국가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연구팀은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지구의 미래를 점점 위험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지구온난화 방어에 실패하면 전 세계 주요 해안도시 수십 곳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유지하기로 한 파리기후협정 합의를 먼저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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