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에 맞고 싶어도 못맞는데"…차별 논란 부르는 '백신패스'

중앙일보

입력 2021.10.13 17:5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대전 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시민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대전 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방문한 시민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김성태

직장인 박모(32)씨는 이달 화이자 2차 접종을 앞두고 있다. 그는 “1차 접종 이후에 응급실을 다녀갈 정도로 부작용이 있어 2차가 걱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접종 완료자를 위해 내놓은 백신 패스를 두고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백신 인센티브로 꺼내 든 백신 패스에 박씨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감수하고 접종할 것인가'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백신 패스는 접종 후 부작용을 겪을까 두려워하는 국민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며 “백신 패스로 혜택을 주겠다는 말이 미 접종자에겐 정상적인 사회 활동에서 제외하겠다는 강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백신 패스 형평성 논란…맞고 싶어도 못 맞는 사람 530만명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에 나서면서 꺼내 든 ‘백신 패스’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 패스는 백신접종완료자가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기 전에 정부가 접종을 종용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백신 접종을 하고 싶지만, 개인 질환이 있어 맞지 못하는 시민들도 불만이다.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직장인 조모(29)씨는 “병원에서도 백신을 맞아도 된다는 진단서를 써주지 않고, 확신이 없어서 큰 병원으로만 가라고 한다”며 “맞고 싶어도 못 맞는 사람은 백신 패스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는 것은 차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저질환 등의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사람은 530여만명에 달한다.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백신패스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백신패스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부작용이 걱정돼 ‘백신 접종 완료율 70%’만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1차 백신을 접종한 뒤 잇따른 부작용 소식에 2차 접종을 고민하는 직장인 이모(26)씨는 “접종 완료율이 70%에 달하게 되면 단계적으로 거리두기를 완화한다길래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다”며 “백신 패스를 도입하면 직장 내 활동에도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 아무래도 그냥 맞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백신 패스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4달 새 13건이 올랐고, 이에 동의한 사람은 총 13만여명이다.

백신 패스, 접종완료자에게 혜택 가닥 

 방역 당국은 이런 논란에 백신 패스를 미 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형태가 아닌, 접종완료자에게 혜택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13일 열린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도 백신 패스 도입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무엇보다 공동체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돌다리를 두드리며 강을 건너듯, 차근차근 우리의 일상을 되찾아 나갈 것”이라며 “백신 패스와 같은 새로운 방역 관리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백신 패스는 접종 일을 기준으로 6개월까지 효력을 인정한다. 하지만 백신 패스에 대한 운영방식에 대해 국내에서는 검토 계획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범위나 대상, 방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대전 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시민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휴식하고 있다.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대전 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시민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휴식하고 있다.김성태

“백신 패스는 미 접종자 보호 개념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백신 패스가 형평성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전체의 안전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 패스는 미 접종자를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봐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공동체 안전의 문제여서 전문가의 노력과 당국의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의무보다는 백신 접종과 백신 패스에 대한 설명과 공감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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