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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맵다" 작지만 강한 中 스토리지 업체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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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은 중국 화웨이에 버금가는 기업이 있다. 데이터 인프라 기술에 주력하는 XSKY싱천톈허(星辰天郃, 이하 ‘싱천톈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스토리지 시장은 IBM, EMC 등 굴지의 해외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화웨이, 중커수광(中科曙光·Sugon), 인스퍼(Inspur·浪潮) 등 중국 국내 기업이 잇따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이들 기업을 허가 없이 미국 기술을 얻지 못하는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리며 상황은 한순간에 변했다. 이 틈을 타 ‘작은 거인’ 싱천톈허가 중국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게 된 것이다.

싱천톈허의 창립자이자 CEO인 쉬신(胥昕) [사진 소후닷컴]

싱천톈허의 창립자이자 CEO인 쉬신(胥昕) [사진 소후닷컴]

설립 6년 만에 업계 5위권…‘작은 거인’ 싱천톈허

IDC에 따르면 2015년 설립된 싱천톈허는 중국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SDS) 시장에서 다섯 번 째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화웨이나 중커수광 등 종합 SDS 공급업체와 달리 유일한 전문 SDS 기업이기도 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싱천톈허의 2020년 매출은 2억 1000만 위안(387억 3030만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106% 성장했다. 이어 올해 7월에는 중국 공업정보화부로부터 제3차 국가급 신규 전문 ‘작은 거인’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 9월 3일에는 레전드 캐피털(Legend Capital·君聯資本) 등이 주도하는 7억 1000만 위안(1309억 4530만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기도 했다. 9월 말 현재 싱천톈허는 14억 6200만 위안(2696억 3666만 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천톈허의 창립자이자 CEO인 쉬신(胥昕)은 모(某) 거대 기업의 전략적 투자 부서도 투자 협상을 위해 싱천톈허를 방문한 적 있다고 밝혔다.

겨우 6년 된 작은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결은 독보적인 기술력에서 찾을 수 있다. 싱천톈허의 세 창업자는 모두 기술 인재들이다. 공동 창업자 왕하오마이(王豪邁)는 오픈소스 스토리지 플랫폼인 세프(Ceph) 출신이며 COO인 자이징(翟静)은 인텔 출신이다.

인텔 출신 COO인 자이징(翟静) [사진 min news]

인텔 출신 COO인 자이징(翟静) [사진 min news]

쉬 CEO는 90년대생으로 2012년 우한(武漢) 둥후(東湖)학원을 졸업했다. 2009년 대학교 2학년 때 이미 시나 클라우드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아직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시나닷컴의 웨이보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모기업인 시나닷컴 역시 사원 수를 수백 명 규모로 늘리며 빠르게 성장했다. 쉬 CEO 역시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담당하며 실력을 키웠다.

2013년 시나를 떠난 쉬 CEO는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 ‘유나이티드 스텍(United Stack)’ CTO를 거쳐 2015년 본격적으로 SDS 분야로 뛰어들었다. 시나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쉬 CEO의 설명이다.

IDC 자료에 따르면 2017~2020년 전체 스토리지 분야에서 SDS의 시장 점유율은 23.4%로 증가했다. 향후 5년간 매년 16%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틈새시장’이라 여겨 발 빠르게 관련 기업에 투자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 중 싱천톈허는 인텔을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과 공동 연구개발 논문을 발표하기도 한 ‘실력파 기업’으로 소문났다.

설립 후 2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조용히 기술력을 확보해온 싱천톈허는 2017년 초 ‘국제 ISO 품질 인증 표준’을 획득했다. 싱천톈허의 이 같은 성과는 업계 대규모 구매 행진으로 이어졌다.

[사진 DCO]

[사진 DCO]

그러나 여전히 주류 시장에서는 ‘듣보잡’으로 취급받는 게 당시 싱천톈허의 모습이었다. 이때 IT 공룡 화웨이가 나섰다. 화웨이는 2017년 통합 스토리지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감행하겠다고 공표했다. 대기업이 나서는 상황이 어째서 싱천톈허와 같은 소규모 기업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일까?

이에 쉬 CEO는 “시장의 성장이란 (화웨이와 같은) 대기업에 의해 주도된다”며 “싱천톈허 등 소기업만 SDS 분야에 존재한다면 오히려 회사는 약 3년 만에 무너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 델(DELL), EMC 등 업계 거두가 SDS 시장에 뛰어들며 해당 분야가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을 증명한 셈이라는 게 쉬 CEO의 판단이다. 물론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뒤처진 것도 사실이다. IDC 통계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중국 SDS 시장에서 3위까지 올랐던 싱천톈허는 최근 5위까지 떨어졌다.

[사진 Brightwork Research & Analysis]

[사진 Brightwork Research & Analysis]

그러나 같은 시장이라도 화웨이 등과 같은 종합 제조업체가 서비스하는 곳은 싱천톈허와 규모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종합 제조업체는 정부 업무 관련 프로젝트를 주로 수주하는 반면, 싱천톈허의 경우 현재 1000여 개의 대기업·중견기업(혹은 기관)에 주로 서비스하고 있다. 서비스 금액도 한 건 당 수억 위안에 달하는 종합 제조업체의 프로젝트와 달리 싱천톈허는 최고 수천만 위안에 달한다. 주요 타깃이 다르다는 점에서 싱천톈허에게도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쉬 CEO는 싱천톈허의 매출이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다며, “빼앗긴 상위권 자리를 되찾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천톈허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사에 ‘데이터 자산 종합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싱천톈허는 내부 연구개발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으며, 난징(南京)대학 등과 협력해 실험실을 짓기도 했다. 싱천톈허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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