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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약발도 안 먹히나…9월 은행 가계대출 6조5천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도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다음 주 중 대출 규제와 실수요자 보호 방안 등을 담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다.

가계대출 증가세로 인한 정부의 대출규제로 '대출난민'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전세자금 대출 문턱도 높이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 연합뉴스

가계대출 증가세로 인한 정부의 대출규제로 '대출난민'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전세자금 대출 문턱도 높이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6조5000억원 증가한 105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5조7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8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 규모는 전달(5조8000억원)과 비슷했지만, 신용대출은 전달(300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에도 증가 폭이 8월(6조1000억원)보다 오히려 커졌다. 9월에는 NH농협은행의 신규 주담대 중단되며 금융권의 대출 한파가 본격화했다.

그나마 1년 전(9조6000억원 증가)보다는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증가 속도는 여전히 빠르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9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이 늘었다.

특히 실수요자 대출이라 신용대출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전세자금 대출 위주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전세자금 대출 증가액은 2조5000억원이다. 전세대출은 올해 들어 매달 2조원 이상씩 늘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정부의 규제가 약한 부분에서 대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대출 증가세는 정부와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강도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지만, 대출 수요 자체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7조8000억원 늘어났다. 지난 8월(8조6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소폭 줄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8월(2조4000억원)보다 1조원 줄어든 결과다. 특히 카드사 등의 대출 규모가 전월보다 7000억원 줄었다. 금융당국은 9월 중 대출 증가 폭이 큰 카드사 등을 불러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융당국의 전방위 옥죄기에도 대출 증가율은 9.2%(전년동기대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다음 주 중 추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상환능력 내에서만 돈을 빌리게 하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대출은 현재 80~100% 수준인 보증 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대출 금리가 오르게 된다.

다만 전세대출은 규제를 강화할 경우 실수요자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실수요자가 전세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해 금융당국의 고심도 커졌다.

금융위도 이날 가계대출 동향을 발표하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자금이 꼭 필요한 서민층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세심하게 강구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은행]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은행]

한편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1049조원)은 전달보다 7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9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중소기업대출이 7조4000억원 늘었고, 개인사업자 대출도 3조5000억원이 불었다. 두 항목 모두 9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통상 9월은 기업들이 분기 말 재무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부채를 일시상환하면서 대출 증가세가 둔화한다. 한은 측은 시설자금 수요 확대를 대출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 성격이 코로나19 직후에는 운전자금 수요였다면, 지금은 시설자금 수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돈이 시중에 풀리는 속도도 역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8월 중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8월 광의 통화량(M2, 계절조정·평잔 기준)은 3494조4000억원으로 전달보다 50조5000억원(1.5%) 늘었다. 증가율은 21년 4월(1.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가액도 2001년 12월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광의통화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만기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합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이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보는 주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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