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반도체 대란에 속수무책…아이폰13 생산 천만대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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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의 한 광고판에 아이폰13 프로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세계적인 반도체 대란에는 애플도 속수무책이었다. 반도체 공급이 달리는 바람에 올해 출시한 신제품 아이폰13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당초 애플은 반도체 부족에도 다른 경쟁업체보다 부품 재고가 많아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을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3의 연내 생산 목표를 최대 1000만대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플은 당초 올해 연말까지 아이폰13을 9000만대 정도 만들 예정이었다.

감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난이다. 애플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와 브로드컴이 생산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TI는 애플에 디스플레이 관련 반도체를 공급해 왔고, 브로드컴은 무선 통신 관련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후 애플 주가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1.9% 하락한 139.63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의 아이폰 생산 차질은 지난달부터 예고됐다. 애플은 지난달부터 아이폰13 프로와 아이폰13 프로맥스를 사전 판매했지만, 최근 한 달간 애플 웹 사이트에서 제품 구매는 어려웠다. 애플 소매점에서도 아이폰13 시리즈에는 ‘구매 불가’란 표지판이 내걸렸다. 애플 제품을 판매해 온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비슷한 공급 물량 부족 현상을 겪어왔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TI와 브로드컴은 제품 생산을 대부분 외부 반도체위탁생산 업체(파운드리)에 맡기고 있다. 브로드컴은 자체 공장 없이 대만의 TSMC 등에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TI도 전체 물량의 20%를 외부에서 생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TSMC와 다른 파운드리에서 생산 물량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9일 중국 상하이의 애플 매장의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의 전력난도 애플에는 큰 타격이다. 중국 지방 정부의 전력 공급 제한으로 애플의 부품을 생산하는 현지 회사들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폰용 터치패널을 생산하는 대만 TPK홀딩스의 푸젠성 공장은 지난주부터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장쑤성에 있는 아이폰 조립업체 허숴 또한 정부의 제재로 사용 전력량을 10% 감축했다. 대만의 폭스콘 계열사로 애플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이성정밀(ESON)과 또 다른 애플 공급사인 대만 유니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중국 지방 정부의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 정책에 따라 지난달 말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당초 스마트폰 업계의 반도체 부족난에도 애플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경쟁업체보다 충분한 재고를 비축했다는 평가였다. 블룸버그는 “강력한 구매력을 진 IT업계의 제왕 애플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난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며 “향후 아이폰을 넘어 애플워치 등 주요 기기 생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리드타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IT 전문 조사업체 서스퀘나파이낸셜에 따르면 반도체 발주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은 지난 9월 평균 21.7주를 기록하며, 9개월 연속 증가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과 대만 반도체 업체 난야테크가 최근 실적발표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생산량 증가 폭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며 “14일 TSMC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공급망 병목과 중국 전력난 영향에 대한 문의가 많을 것이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