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에 유사성행위했는데…" 수천만원 빌려간 그녀의 배신

중앙일보

입력 2021.10.13 09:39

업데이트 2021.10.13 09:52

A씨가 이명준 한국성범죄무고센터 소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A씨가 이명준 한국성범죄무고센터 소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한 남성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만난 여성에게 주식구매대금으로 수천만 원을 빌려주고 합의 하에 유사성행위를 했는데, 남성이 “부담스럽다”고 하자 여성이 남성을 강제추행 등으로 고소했다. 조사 결과 남성은 ‘무혐의(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지난 12일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사건사고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A씨는 지난 1월 20일 모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여성 B씨를 만나 12일간 만남을 지속하다 헤어졌다.

이 기간에 B씨는 A씨에게 모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유하면서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A씨는 B씨에게 돈을 빌려준 후, B씨와 수차례 만나 스킨십을 가졌다.

1월 23일 B씨는 A씨에게 “빌린 돈 중 얼마는 갚았는데, 나머지는 언제까지 갚겠다”며 “세력이 크게 올리려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지수가 안 나온다. 기다려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A씨에 따르면 B씨는 약속한 기한이 지나고 나서 돈을 갚았다. 이후 1월 26일 B씨는 또다시 A씨에게 “모 주식이 무조건 오른다”고 했고, A씨는 주식 구매용으로 수천만 원을 송금했다.

같은 날 B씨는 A씨에게 “백화점에 가자”고 해서 217만 원가량의 코트를 받았다. A씨는 “B씨가 ‘주식이 99%도 아니고 100% 무조건 오른다’고 했고, 그렇게 오르면 오히려 고가의 비싼 코트를 사주고도 70~100만 원이 남는다. 주식 정보를 줘서 돈을 번 것이므로 서로 퉁치는 것이라고 해 사 준 것”이라고 했다. B씨가 “돈 남으면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라고도 했다고 A씨는 말했다.

이튿날인 1월 27일 B씨는 “코트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 취소하겠다”면서 백화점에 다시 가서 A씨를 통해 50만 원 상당의 목 티를 구매했다. A씨는 “이후 B씨와 주식구매대금수천만 원 반환 때문에 연락만 주고받다가 B씨가 연락을 두절하고 잠적했다. 결혼중개업체에 이 부분을 항의했더니 업체에서 B씨에게 연락을 해 목 티를 취소 받았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날 B씨와 또 다시 만나 백화점에서 총 550만 원이 넘는 옷 등을 사 줬고, 호텔에서 34만 원어치 식사를 한 뒤 차량에서 만났다.

A씨는 “이날 B씨가 전에 빌렸던 돈 중 일부를 갚았는데, 주식구매대금수천만 원에 대해선 ‘몇 월 며칠에 오르면 불려서 주겠다’ ‘걱정하지 말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날 B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A씨에게 ‘VIP 전담 자산운용팀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캡처해 보내주기도 했다.

A씨 경찰서 신문조서 중 일부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A씨 경찰서 신문조서 중 일부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이후 몇 차례 더 만남을 이어가다, A씨와 B씨는 1월 26일과 2월 2일 유사성행위를 했다. A씨에 따르면 이것은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에게 총 90만 원 상당의 옷들을 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2월 2일 만났을 때, B씨에게 ‘옷들 다음 달에 사주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갑자기 태도가 정색하며 돌변했다. 그래서 옷 사주겠다고 얘기했는데, B씨는 ‘안 사줘도 된다’고 하면서도 ‘이런 기분으로는 받고 싶지 않다. 억지로 받긴 싫다’ ‘강남 건물주 아들을 만나야겠다’ ‘아파트값도 올랐는데 여자친구한테 베풀지 않냐’ ‘오빠는 XX 김밥이나 100개 사 먹어라’고 해서 말다툼과 실랑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A씨와 B씨는 만남을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 B씨는 A씨에게 “내가 스킨십을 얼마나 힘들게 허락했는데, 스킨십을 한 후 목적 달성을 해서 헤어지는 거냐”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B씨와 있었던 일과 관련해 결혼중개업체에 항의하고 옷을 사준 부분에 대한 현금 반환을 요구하자 B씨는A씨를 강제추행, 감금, 명예훼손, 협박으로 두 차례 고소했다.

B씨가 제출한 고소장을 보면 B씨는 “A씨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마스크 위로 강제로 입맞춤하는 등 추행을 했고, ‘그만 만나고 싶다’고 하자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감금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구매대금으로 A씨가 돈을 송금한 부분에 대해서도 “나를 심리적으로 가둬서 연결고리를 만들어 쉽게 관계를 청산할 수 없게 했다”고 주장했다. 결혼정보업체에 A씨가 항의한 것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두 차례의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카카오톡 메시지와 음성 녹취록, 블랙박스 영상 등을 제출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9월 8일 ‘불송치(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와 유사성행위를 수차례 가진 사실을 숨기고 진술을 계속 번복하기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B씨가 감금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날이 추워서 차 문 좀 닫으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 역시 조사 결과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부족하고, 피의자의 주장을 뒤집을 다른 근거가 없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인생 끝나는 것 같았다…조사 과정서도 범죄자 취급”

A씨는 이명준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소장과의 인터뷰에서 “인생이 끝나는 것 같았다. 밤잠도 설치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며 “사실 아직도 억울함이 완전히 풀렸다는 느낌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당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조서작성 단계, 검토수정 단계, 정보공개청구 등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때에도 빨리 하라고 했고 또 굉장히 화를 냈다. 고소장도 임의대로 지워진 제한된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 제한된 정보만 주고, 자기들만 알고 있는 정보로 수사과정에서 난처한 상황을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유죄추정 당해서 사실상 범죄자 취급받는 느낌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A씨는 “B씨가 죗값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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