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계획만 치밀"…'이벤트 살인' 고교 동창 3인의 착각[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2021.10.13 05:00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거액의 사망 보험금을 타려 했던 고교동창생들이 구속됐다. 이들은 동창 중 보험 설계사를 앞세워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범행 곳곳에 허점을 노출했다.

‘눈 먼 범행' 사망 보험금 노린 동창들 구속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고교 동창생 3명이 12일 광주지법 101호 법정(영장 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고교 동창생 3명이 12일 광주지법 101호 법정(영장 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광주지법 형사 22단독 박민우 부장판사는 12일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성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미수)로 검거된 박모(19)씨 등 3명에 대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 등은 지난 9일 오후 11시께 전남 화순군 북면의 한 펜션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수개월 전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교제를 시작한 후 사건 당일에는 “이벤트를 해주겠다”고 속여 범행을 시도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 등은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 설계사였던 박씨는 범행에 앞서 피해자를 사망 보험금이 수억 원에 달하는 생명보험에 가입시켰다. 수익자는 자신이었다.

“무턱대고 저지른 범행”이란 이유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고교 동창생 3명이 12일 광주지법 101호 법정(영장 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고교 동창생 3명이 12일 광주지법 101호 법정(영장 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망보험에 가입할 때 증명 서류와 당사자의 서명만 있으면 친족이 아닌 타인을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다. 보험회사도 적법하게 타인이 수익자로 지정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보험금을 노린 사망인 게 드러나면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흉기에 수십차례 찔렸지만, 다행히 급소를 찔리지 않아 목숨을 구했다.

사망 사건의 경우 경찰 조사 외에 보험사에서도 사고조사가 별도로 이뤄진다. 박씨 등이 범행에 성공했어도 흉기에 수십차례 찔린 시신을 두고 사망 보험금 지급이 정상적으로 처리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화순경찰서 관계자는 “사망 보험금 수익자를 친족이 아닌 타인으로 지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제 수령할 수 있는지 등은 따져보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제차 할부금 때문에 범행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고교 동창생 3명이 12일 광주지법 101호 법정(영장 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고교 동창생 3명이 12일 광주지법 101호 법정(영장 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박씨 등은 범행에 성공했다면 사망 보험금을 받아 연체 중인 고급 외제차 할부금을 갚으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과거에도 보험사기를 저질러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보험설계사를 하긴 했지만 경력이 오래되지 않은 데다 사회적 경험도 적은 상황에서 거액의 사망 보험금에 눈이 멀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살해 과정은 치밀하게 점검

경찰은 엉성한 보험사기 시도와는 달리 피해자를 살해하려던 과정은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박씨 등은 지난 1일부터 범행 하루 전인 8일까지 3차례 화순을 찾아 범행현장을 물색해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숲길에서 범행을 저지르기로 했다.

범행 과정에서는 범행 동선별로 치밀하게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다. 박씨가 피해자에게 “숲길에 선물을 숨겨 놓았다”며 혼자 갈 것을 유도한 후 공범이 흉기로 범행을 저지르면 준비한 차량에 옮겨 타서 도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과는 달리 피해자가 완강히 저항해 범행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피해자는 흉기에 찔린 후에도 완강히 몸부림치면서 인적이 있는 펜션 방향으로 달아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박씨 등은 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 “보험금을 노린 범행이냐”, “피해자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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