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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쌍둥이 "아빠에게 딸 폰 압수 위법"…항소심 묘수?[法ON]

중앙일보

입력 2021.1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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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 [연합뉴스]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 [연합뉴스]

3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숙명여고 시험 답안 유출 의혹’의 재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쌍둥이 자매(20)의 항소심이 13일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날은 사실관계를 다툴 수 있는 마지막 법정 싸움이 될지도 모르는 날입니다.

쌍둥이는 이미 징역 3년형을 확정받은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아버지 현모(54)씨와 마찬가지로 ‘무죄’ 주장을 고수하고있습니다. 쌍둥이는 항소심에서 이전의 재판(아버지 1·2·3심과 쌍둥이 1심)에서 펴지 않은 새로운 주장을 추가했는데요. 바로 ‘위법수집증거’라는 주장입니다. 2018년 경찰 수사 당시 압수수색영장이 위법하게 집행됐고, 이렇게 얻은 증거와 이에 기반한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아빠에게서 압수한 딸 휴대폰, 증거능력 있을까  

변호인이 지적한 건 경찰이 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간 과정입니다. 의혹만 무성하던 지난 2018년 9월 5일 경찰이 숙명여고를 전격 압수수색합니다. 쌍둥이 측에 따르면 당일 압수영장이 집행된 곳은 숙명여고 교무실과 교장실, 아버지 현씨의 주거지 등 3곳입니다. 이날 재판에서 증거로 쓰인 2017·2018 정기고사 시험지와 메모장 등이 대거 압수됐습니다. 쌍둥이가 사용 중이던 휴대전화와 과거 사용했던휴대전화 등 4대도 모두 압수됐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압수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은 압수처분을 받은 사람에게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적힌 내용을 알려주고 영장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쌍둥이 딸들은 휴대전화를 몽땅 제출하면서 한 번도 영장을 제시받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경찰은 당시 압수수색영장을 아버지 현씨에게만 제시했습니다. 경찰이 딸들의 전화를 압수해가야 한다고 하니 아버지 현씨가 학교에 있던 딸에게 전화기를 건네받아 영장 집행에 응한 겁니다. 쌍둥이를 변호하는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영장을 제시해야 할 대상자인 딸들이 영장 집행 장소와 인접한 학교 내에 있는데도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관련자에게 받아서 제출하도록 한 것은 영장을 처분 받은 사람에게 제시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영장집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성년자였던 쌍둥이의 법정대리인인 아버지에게 영장을 제시했다면, 문제가 없는 영장 집행이 될 수 있을까요? 개인의 내밀한 기록이 담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최근 법원의 시각이기도 합니다. 변호인은 “공범이자 법정대리인에게 영장을 제시하는 것으로 집행 절차를 갈음할 수 있다는 법률상 근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 밖에도 변호인은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 딸들이 참관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증거와 이에 기반한 관계자들의 진술은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게 쌍둥이 측 주장입니다.

다만 아버지 현씨 및 쌍둥이 재판에 제출된 수많은 증거 중 쌍둥이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증거는 일부분이긴 합니다.검찰이 답안 유출 정황 근거로 주장하는 5가지 증거인 ▶시험지 깨알 정답 ▶정정 전(前) 정답 ▶부실한 풀이 ▶수기메모장 ▶구문적중(핸드폰 메모에 적어뒀던 영어 구문이 서술형 답이었던 것)에는 쌍둥이 휴대전화에서 나오지 않은 증거도 다수 있습니다. 주요 증거인 시험지 등은 압수 절차에 문제가 없고 당시에는 피의자가 아니었던 딸들이 포렌식에 참석할 권리는 없다는 게 검찰 주장입니다.

아버지부터 앞선 4번의 판결 뒤집을 수 있을까  

결국 쌍둥이가 앞선 4개의 재판과 다른 결과를 받으려면 확정된 아버지 재판 결과를 뒤집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쌍둥이들은 숙명여고 사건 수사와 재판이 ‘증거’가 아닌 ‘의심’에 기반해 확정판결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쌍둥이 측은 항소심에서 300페이지가 넘는 의견서를 통해 문제가 됐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기 기말고사까지 과목별로 제기된 이른바 ‘의심스러운 행적’을 반박했습니다.

경찰에 압수된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연합뉴스]

경찰에 압수된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연합뉴스]

수사기관과 법원이 의심스러운 행적으로 인정한 ‘깨알 정답’은 어떤 과목에는 있고 어떤 과목에는 없습니다. 그나마 일부 깨알 정답은 틀린 답을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깨알 정답이 아닌 깨알 오답”이라며 유죄 인정의 간접 증거로 쓰인 깨알 정답이 오히려 무죄의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커닝을 위해 작게 써놓은 거라면 시험이 끝난 뒤 최대한 빨리 지웠어야 하는데 이를 그대로 보관하다 교육청 감사 때 그대로 제출하기도 한 것은 도저히 부정행위를 한 사람이 한 행동으로 보긴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집에 보관하다 압수된 쌍둥이의 메모장도, 영어 시험에 나온 구문을 휴대전화 앱에 미리 저장해뒀다는 의심을 받는 ‘구문적중’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인은 “다른 이를 의심하기는 쉬워도 다른 이의 의심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합니다. 주변 학생들의 의심에서 시작된 소문은 반박될 수 있는 ‘의심스러운 행적’이 더해져 아버지 현씨의 범행을 추정하는 것에 이르렀다는 판단입니다. 쌍둥이 측은 “법원의 판결이라면 의심이 증거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 이관형·최병률·원정숙)가 심리할 쌍둥이 자매의 결심 공판은 13일 오전 10시 10분에 열립니다. 쌍둥이의 주장이 법원 판단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어질 재판의 내용도 [중앙일보 法ON]에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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