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아이 안 낳아 아동복 안 된다고? 오히려 기회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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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최철용 오픈한 대표

최철용 오픈한 대표는 경남 마산에 있는 경남대 국문과를 나왔다. 청년 시절 작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이제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김동호 기자

최철용 오픈한 대표는 경남 마산에 있는 경남대 국문과를 나왔다. 청년 시절 작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이제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김동호 기자

패스트 패션의 세계적 브랜드로 꼽히는 유니클로는 일본 야마구치(山口)현의 작은 지방 도시에서 싹텄다. 와세다대를 다니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는 방학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옷가게를 지켜야 했다. 하지만 따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래, 고객들에게 독특한 옷을 제공하면 이 일도 흥미로워질 거야”라는 영감이 떠올랐다. 다다시가 ‘독특한 옷’이라는 뜻의 유니클로를 내놓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지금 이런 꿈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그의 옷 장사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말이 안 된다고 여겼다. 더구나 그는 아동복을 주력으로 한다. 전 세계 최저 출산율이란 내키지 않는 기록을 가진 나라에서 아동복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다는 건 좀 심하게 말하면 제정신일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러나 그는 해마다 30~40%씩 사업 규모를 확장하면서 아동복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첫 매출 1만원에서 시작한 사업은 매출액 100억원을 넘어섰고 직원도 40명에 달한다. 디자인부터 실물 제작까지 아웃소싱이 많은 의류업계 특성상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니다.

3만원으로 시작, 매출 100억 달성
다양한 디자인으로 승부수 띄워
온라인 공간서 쌓은 신뢰가 자산
층간소음 방지 실내화도 큰 인기

서점서 우연히 만난 온라인 상점

누가 봐도 ‘이제는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할 때 그는 틈새시장을 찾고 디지털 혁명의 기회를 잡았다. 취업이 어렵고 창업이 힘겹다지만 지금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벼랑 끝 위기에서 단돈 3만원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향후 2년 내 코스닥 상장까지 꿈꾸고 있는 그는 아동복 오즈키즈를 판매하는 최철용(47) 오픈한 대표다. 그로부터 1조원 규모 아동복 시장의 지각변동 얘기를 들어봤다.

아동복 창업은 특이한 발상이다.
“2004년 얘기다. 전세를 살고 있었는데, 주택을 수십 채 가진 집주인의 갭 투자로 전세금 4000만원을 날려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 부업거리를 찾으려고 서점에 갔는데, 인터넷 쇼핑몰에 관한 책을 보게 됐다. 직장 다니면서 부업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는데, 『옥션 성공을 위한 10계명』을 읽어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샘플만 동대문에서 떼다가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매장 없이도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한 달 용돈이 20만원인데, 월말이라 3만원이 남아 있었다. 동대문 두타상가에서 아기 모자 하나에 1만원, 총 세 개를 샀다. 안 팔리면 당시 네 살, 다섯 살 연년생 아들에게 씌우려고 했다. 옥션에 올렸는데, 이틀 만에 하나가 팔렸다. 너무 신기했다. 애들 운동화도 신기기 전에 찍어서 올려보니 또 팔려나갔다. 이런 계기로 우연히 유·아동복을 선택하게 됐다.”
어떻게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나.
“당시 다니던 동양 온라인이라는 회사에서 기획 업무를 맡고 있어서 온라인에 익숙했다. 상품을 찍어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퇴근길에 동대문에서 샘플을 사서 사진을 찍고 집사람이 낮에 택배를 보냈다. 당시 택배를 발송한 후 결제대금이 입금될 때까지 1주일 정도 걸렸는데 그 기간 중 물건 살 돈이 없어서 곤란할 때가 종종 있었다. 1년이 지나니 부업으로 할 정도를 넘어섰다.”
사업으로 전환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규모가 계속 늘자 살던 집 바로 옆에 지붕이 있는 주차장을 월 10만원에 임대해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창업했다. 화장실이 없어서 당시 입사했던 직원 두 명이 옆 건물 화장실을 눈치 보면서 이용했는데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 아내도 초창기 상품 구매부터 배송까지 여러모로 큰 역할을 했다.”
그래도 출생아가 줄어들고 있지 않나.
“출생아가 한 해 3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시장은 국내에서만 1조원 규모에 이르고, 수많은 온라인 판매업체가 있다. 군소업체가 너무 많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위주로 시장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즘처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활발해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을 때는 변화에 유연한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 난징백화점에 첫 해외 매장

매트 소재로 만든 층간소음 방지 슬리퍼.

매트 소재로 만든 층간소음 방지 슬리퍼.

오픈한의 사업 규모는 어떻게 되나.
“최근 들어 해마다 30%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40%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액은 1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15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 같다. 흑자 폭도 늘고 있다. 서울 성수동 본사 직원 40명은 제품 디자인팀, 온라인팀, 매장영업팀, 마케팅팀. 글로벌비즈니스팀, 고객센터·물류 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지원팀과 성인복 판매를 하는 신사업팀도 있다. 제품은 특성에 따라 한국과 중국, 인도에 있는 협력업체를 통해서 생산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현지 생산과 영업을 관리하는 지사를 운영 중이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경기도 남양주에 부지를 매입해 최근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지난달 중국 난징백화점에 해외 매장 1호점을 냈다. 영어권 국가에는 디지털 마케팅과 해외 인플루언서 협찬 등을 통해 D2C(소비자 직거래·Direct to Customer)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분야도 변화가 많아 보인다.
“온라인 상점의 경우, 예전에는 복수의 몰(mall)에 접속해서 디자인·가격 등을 비교해가면서 쇼핑하는 고객이 주류였다. 지금은 워낙 제품이 많고 복잡하다 보니 제품과 가격 비교에 대한 피로도가 커진 것 같다. 믿을 만한 브랜드인지 신중하게 선택한 후, 그 뒤부터는 그 브랜드 몰에서 쇼핑하는 ‘신뢰 쇼핑’이 늘고 있다. 키즈 패션의 경우 한동안 크게 유행했던 북유럽풍이 조금 잠잠해지면서 예술성이 가미된 일러스트 패턴 물이 강세를 띠고 있다. 컬러나 스타일 경우에는 좀 더 개성 있고 파격적인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유·아동복이다 보니 디자인도 성인복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새롭고 참신한 디자인을 많이 시도한다.”
성인복으로도 넓혀갈 계획인가.
“코로나19 때문에 계획보다 빠르게 진출하게 됐다. 지난 10여년 ‘오즈키즈’ 브랜드를 키우며 축적한 역량을 성인 패션 분야로 확장하려던 중에 코로나를 만났다. 오프라인 쪽 불황이 예상되자 지난해 백화점 등 16개 직영매장을 4개로 줄였다. 그리고 매장 영업 담당자들을 성인 패션 파트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성인 패션 마켓에 대한 경험치를 쌓아가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슬리퍼를 개발했다는 소식은 뭔가.
“지난해 초 팬데믹 확산으로 매출이 급락했다. 외출이 줄어든 까닭이다. 그러다 매트 전문기업인 ‘꿈비’ 대표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아이들이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도록 층간소음 실내화를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어렵게 어렵게 개발에 성공했다. 신발창을 생산하는 아웃솔 전문공장과 협업했다. 여러 소재를 실험해봤는데, 성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아웃솔 공장들은 쿠션이나 착용감 등 신발에 관한 노하우는 많았지만, 음파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2년 안에 코스닥 상장 목표

결국 어떻게 해냈나.
“원점에서 다시 출발했다. 층간소음 매트가 ‘흡음’ ‘차음’ ‘방음’ 3단 구조로 소음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그 소재를 그대로 활용해 실내화를 만들기로 했다. 매트 소재로 실내화를 만들려고 하니 이번에는 신발 봉제를 할 수 있는 미싱기계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특수기계를 실내화용으로 개조해 드디어 층간소음 실내화를 선보이게 됐다. 소음 테스트 전문업체인 한국소음진동에서 테스트를 해보니 확연하게 소음이 줄어들었다. 품질에 자신이 있어 특허출원 두 건과 함께 출시했는데, 고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10만 켤레에 달한다.”
앞으로 비전과 목표는.
"현시점에서 핵심 목표는 2년 내 코스닥 상장이다. 초창기에는 자본금이 적어 이익을 쌓아가며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성장 속도는 느린 편이었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자본을 마련한 후 해외 시장 진출과 카테고리 확장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한다. 소기업 때부터 헌신하며 함께 회사를 키워온 직원들도 우리사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코스닥에 상장하면 탁월한 인재를 유치하는 데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변함없이 우리 브랜드를 사랑해주는 귀엽고 예쁜 꼬마 고객들을 위해 더 좋고 더 예쁜 제품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지금은 그 목표를 향해서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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