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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2년 전 비판받던 타다의 빈 자리, 카카오모빌리티가 채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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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 7일 열린 시사회에서 권명국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지난 7일 열린 시사회에서 권명국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지난 7일 오후 8시, 경기도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영화관. 거리는 한적했지만 이곳만은 북적였다. 14일 일반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의 시사회를 찾은 IT기업·스타트업 직원들이었다. 거리두기용 빈 좌석을 제외하고 남은 100여 개 좌석이 금세 찼다.

90여분짜리 이 영화는 2018년 10월 쏘카·VCNC가 선보인 타다 베이직의 흥망성쇠를 기록했다. 170만명 사용자를 모았던 ‘타다의 시간’, 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법원의 시간’을 너머 영화가 관객을 이끈 곳은 ‘국회의 시간’. 지난해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더 검토해야 한다”는 위원들 반대에도 강행 처리되는 장면에선 곳곳에선 한숨이 터져 나왔다. 영화가 끝난 뒤 삼삼오오 영화관을 나가는 이들 사이에선 “우리도 저런 영화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농담이 오갔다.

지난 7일 열린 시사회에서 권명국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시네마틱 퍼슨]

지난 7일 열린 시사회에서 권명국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시네마틱 퍼슨]

‘타다 사태’는 스타트업계에 트라우마가 됐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서비스라도 정부와 국회가 법을 바꿔 금지할 수 있다는 선례가 돼서다. 물론 시행령이라는 불안정한 법적 근거에 의지해 사업을 했던 점, 당연히 예상되는 택시업계 반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 등 타다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규제와 싸워 사회를 혁신하려는 창업자의 의지에 타다금지법은 ‘자기 검열’이라는 찬물을 끼얹었다. 갈등이 생겼다고 새로운 시도를 막는 ‘쉬운 해법’을 택한 결과다.

타다가 사라진 자리엔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만 남았다. 타다금지법 통과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와 국회는 “더 많은 타다가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법 시행 1년 반 동안 더 많은 카모만 나왔다. 카모와 함께 법 통과 지지선언을 했던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벅시 등 6개 스타트업조차 존재감이 전혀 없다. 택시 호출 중개의 80% 이상을 점유했던 카모에 대한 고려 없이 타다만 금지하는데 급급해 설익은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회가 손 들어준 택시업계조차 요즘 타다금지법을 비판한다.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울개인택시조합 박원섭 조합원은 “카모의 수수료 인상이 부담되냐”는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엄청 부담된다”며 “국토교통부가 여객자동차법을 편파적으로 개정해 대기업인 카카오가 있는 콜을 다 몰아 가져가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2년 전 비판하던 타다 베이직의 빈 자리를 카모가 채웠다.

카모는 요즘 극심한 역풍을 맞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류긍선 카모 대표는 연일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사과를 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의원들 질문에서 이번에도 쉬운 해법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대부분 의원들의 질의는 “(카모가) 소상공인 생업을 위한 곳에 뛰어들어 빨대를 꽂고 있다”는 식의 비판에 그치고 있어서다. 현재 시장의 문제점이 뭔지는 보지 않고 그냥 새로운 것 하지 말라는 쉬운 해법이다.

“난제를 너무 쉽게 풀려고 한 우리 사회 리더십을 비판하고 싶었다.”

타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권명국 감독은 7일 시사회에서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스타트업이 적어도 수십년 간 쌓인 불합리를 해결하려고 나섰다면 정부와 국회가 스타트업 타다와 택시업계 둘 다 살릴 방법을 더 열심히 찾았어야 했다는 비판이다. 타다 베이직이 사라진 지금도 이 비판은 유효하다.

박민제 서비스3팀 기자

박민제 서비스3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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