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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FF 여는 안성기 “단편, 한 스토리만 물고 늘어져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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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안성기(오른쪽), 심사위원장 허진호 감독을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장진영 기자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안성기(오른쪽), 심사위원장 허진호 감독을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장진영 기자

‘명량’의 김한민,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등을 배출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GISFF)로 이름을 바꾸고 14일부터 엿새간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제19회 영화제를 개막한다. 올 초 18년간 후원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의 후원 중단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던 영화제는 지난 5월 판도라티비와 자회사인 영화 플랫폼 ‘무비블록’이 후원을 자처하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새 이름은 1회부터 주 개최장소였던 광화문에서 따왔다.

올해로 17년째 집행위원장을 맡은 배우 안성기(69)는 극장 중심 상영을 유지하면서도 온라인에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와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허진호(58) 감독을 개막 전 광화문 카페에서 함께 만났다.

지난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안성기 집행위원장은 회복한 모습이었다. 그간 박찬욱·장준환·김한민 등 명감독이 도맡아온 심사위원장 자리를 그는 허 감독에게 직접 부탁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가 주연한 박광수 감독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 당시 허 감독이 연출부였던 것이 시작이다. 이후 함께한 작품 없이 충무로의 “착실한” 동료로 지내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등 멜로 영화를 만들어온 허 감독은 두 편의 단편 ‘선물’ ‘두 개의 빛: 릴루미노’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제19회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사진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제19회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사진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처음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JTBC ‘인간실격’ 촬영 중 달려온 허 심사위원장은 “오랜만에 심사하게 되니 어렵다”면서도 단편을 보는 즐거움을 내비쳤다.

단편 영화만의 매력은.
▶허진호 심사위원장(이하 허)=“(감독으로서) 내가 만드는 방식을 다시 한번 돌아가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영화를 어떻게 시작했더라, 초심으로 돌아가는 부분도 있다. 막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의 실험적인 부분들이 재밌다.”

▶안성기 집행위원장=“단편은 이야기가 집약적이고 단선적인 게 많다. 하나 딱 물고 늘어지는 그런 맛이 참 좋다.”

항공사 후원 시절엔 단편영화제로는 드물게 비행기 내 상영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올해는 온라인 상영을 시작한다. 영화제 상영은 여전히 극장이 중심이지만, 영화제 직후부터 각 2주씩 국제경쟁작품과 특별전 작품들을 온라인 플랫폼에 선보인다. 영화제 기간 본상과 별도로, 국제경쟁작 온라인 상영 기간 중 관람객 투표로 뽑는 관객상도 신설했다. 안 집행위원장은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후원사가 처음 바뀐 데 대해 “한 해 예산이 6억원 정도인데 참 어려운 몫을 턱 내줬다. (코로나19 이후) 해외 영화인 초청 문제도 있고 한 1~2년 지나봐야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영화감독들이 대거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등 드라마 연출에 나서면서 영화·드라마의 경계도 흐려지는 상황이다. 단편의 경우엔 유튜브 등 신인 감독이 작품을 직접 노출할 창구도 많아졌다.

허 심사위원장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뀔 때 같다. 바뀌어서 좋아진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면서 “단편도 제가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와 차이가 커졌다. 디지털로 바뀌면서 기술적인 것이 편해진 만큼 퀄리티가 좋아졌다. 어떤 단편은 촬영이나 연기, 조명이 굉장히 좋더라”고 했다. “보고 나서 뭔가 느껴지는 것, 정서적 공감이나 감동 그런 부분과 실험적이고 새로운 부분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심사하려 한다”고 밝혔다.

최근의 변화에서 아쉬운 점은 뭔가.
▶허=“공간이다. 영화를 만들 때 하나하나 신경 썼던 빛이나 소리, 큰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연기 디테일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이제 작은 화면으로 바뀌고 소리도 구분이 잘 안 되게 됐다. 또 극장은 보다가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잖나. 변화가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고민도 바뀌는 것 같다.”

올해 영화제는 경쟁부문에 121개국 5219편의 출품작 중 총 65편을 선정했다. 이 작품들은 국제·국내 경쟁 및 개성 강한 한국 신인 감독의 첫 연출작 중 선정하는 ‘뉴필름메이커’ 부문에서 수상을 겨루게 됐다. 올해는 ‘미나리’ 등을 발굴한 미국 독립영화축제 ‘선댄스영화제’ 수상 단편 특별전, 유명 감독의 초기 단편을 상영하는 ‘시네마 올드 앤 뉴’ 특별전 등으로 총 36개국 84편을 상영한다. 개막작으론 ‘인사이드 르윈’ ‘스타워즈’ 배우 오스카 아이삭 주연 단편 ‘더 레터 룸’이 아시아 지역 최초로 공개된다.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엘비라린드 감독의 첫 극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단편 극영화 후보에 올랐다.

국내경쟁부문 진출작 중 배우 한 명에게 주는 ‘단편의 얼굴상’ 특별심사위원은 배우 변요한과, 지난해 수상자인 배우 변중희가 공동으로 맡았다. 변요한은 2015년 주연한 단편 ‘타이레올’로 이 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변요한은 “단편은 서툴고 미숙하기도 한데 잊지 말아야 할 본질이 있다. 여러 과감한 시도를 한다는 게 매력적”이라며 “많이 교류하고 배우고픈 마음으로 용기 냈다”고 심사위원 선정 소감을 중앙일보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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