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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겨누는 시진핑의 칼날…중국 기업 돈 줄 막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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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칼날이 이번엔 금융으로 향하고 있다. 시 주석이 금융기관과 민간기업 간의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거대 기술기업(빅테크)과 사교육 기관, 게임회사 등에 대한 규제에 이어 ‘경제의 동맥’이라 불리는 금융까지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WSJ에 따르면 금융부문에 대한 조사는 중국 최고 반(反)부패 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주도하고 있다.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자오러지(趙樂際) 기율위 서기는 지난달 26일 “금융 부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어떠한 정치적 일탈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히며 강력한 조사를 예고했다.

조사 강도는 시 주석 집권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율위는 25개 금융기관에 대한 전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유은행과 국부펀드를 비롯,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인 은행보험감독위원회까지 포함돼 있다.

기율위는 금융기관의 사무실을 수색해 대출과 투자 기록, 규제 관련 문서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과 관련된 특정 거래가 이뤄진 과정 등을 확인하고 있다. 부적절한 거래 혐의가 확인되면 관계자들은 공산당의 조사를 받고 기소될 수 있다.

기율위는 특히 금융기관이 민간 기업과 과도하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규모 부채로 파산 위기에 몰린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과 지난 6월 말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는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과의 거래가 집중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조사 대상엔 중국 당국의 경고에도 최근 몇 년간 헝다에 총 10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을 대출해 준 것으로 알려진 중국 중신은행이 포함됐다. 중국 4대 은행인 농업은행과 광대은행도 헝다에 거액을 빌려준 과정을 조사받고 있다.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와 보험회사인 중국생명보험은 앤트그룹과 디디추싱에 투자 건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건설현장 옆을 한 베달업체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건설현장 옆을 한 베달업체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WSJ은 “시 주석 장기 집권의 기점이 될 내년 가을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경제 체제를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중국 당국 관계자는 WSJ에 “거대 민간 기업과 국가 권력을 위협하는 다른 권력자의 금융 부문 장악을 막는 것이 시 주석의 목표”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전면 조사는 또한 헝다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부문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도 있다. WSJ은 “중국 경제의 생명줄로 여겨진 (부동산) 부문을 공산당이 완전히 통제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업계의 총부채액은 18조4000억 위안(약 3387조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8%를 차지한다.

중국의 GDP대비 민간부채 비율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의 GDP대비 민간부채 비율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제는 금융기관을 겨냥한 규제가 중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금융권이 위축돼 최근 둔화 우려가 커지는 중국 경기에 찬물을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 대다수 금융기관은 당국의 압박에 민간기업에 대한 각종 대출을 동결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금융학과 교수는 “규제를 우려한 빅테크부터 대출이 끊긴 개발업자까지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 둔화는 정부에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티스 교수는 “'나쁜' 대출이 없다면 (중국의) 성장 목표도 이룰 수 없다”며 “경제가 악화하면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 등에서 대출을 확대하는 기존의 경기 부양책에 의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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