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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10명 중 7명 ‘취포자’…"이러다 성장동력까지 악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청년드림 JOB콘서트'에서 청ㆍ장년 구직자들이 취업 컨설팅 준비와 채용공고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청년드림 JOB콘서트'에서 청ㆍ장년 구직자들이 취업 컨설팅 준비와 채용공고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한 모(25)씨는 요즘 졸업유예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최근 몇몇 기업의 하반기 채용에 지원했다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한 씨는 “지난해 계획했던 어학연수가 취소되다보니 이력서에 기재할 내용이 마땅치 않았다”며 “면접 기회라도 얻으려면 자격증이라도 더 따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65.3% “사실상 구직 단념”

대학생 구직활동 실태.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대학생 구직활동 실태.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취업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당수 청년 구직자들이 적극적인 취업활동을 접고 사실상 구직을 단념하고 있다. 10명중 7명이 구직을 단념하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은 1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4년제 대학 3~4학년 재학생과 졸업생 2713명을 대상으로 ‘2021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한경연은 12일 조사 결과 대학생 10명 중 7명(65.3%)은 사실상 구직 단념상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구직 단념상태는 구직활동을 거의 안하거나(33.7%), 의례적으로 하고 있거나(23.2%), 쉬고 있다는(8.4%) 답변을 합한 수치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는 10명 중 1명(9.6%)에 그쳤다.

구직자들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자신의 역량·기술·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서(64.9%)라고 가장 많이 답변했다. 전공 또는 관심 분야의 일자리가 부족하거나(10.7%),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7.6%), 적합한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가 부족해서(4.8%) 구직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김혜진 한경연 연구원은 “청년들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경쟁 속에서 자신의 취업가능성을 낮게 진단하고 구직 자신감을 잃고 있다”며 “이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고 미래 성장 동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0명 중 6명 “작년보다 취업 어려워”

2021년 대학생 취업체감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21년 대학생 취업체감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하반기들어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답변도 과반수 이상이었다. 대학생 58.6%는 올해 대졸 신규채용 환경이 지난해보다 어렵다고 답했고, 42.7%는 올해 하반기 취업환경이 상반기보다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취업환경이 지난해보다 좋다는 응답은 2%, 올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좋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 따른 어려움으로는 채용기회가 줄어 입사경쟁 심해졌다(29.3%)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체험형 인턴 등 실무경험 기회를 확보하기 어렵고(23.9%), 불안함·우울함·자존감 하락 등 심리적 위축이 커졌으며(18.2%), 단기 일자리가 줄어 취업준비를 위한 경제적 부담이 늘었다(16.2%)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올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평균 6.2회 입사 지원해 서류전형에 평균 1.6회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희망기업에 대해서는 공기업(18.3%)·대기업(17.9%)·공무원(17.3%) 등의 순으로 답했지만 실제 취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중소기업(30.1%)·중견기업(20.9%)·공무원(15.2%) 등의 순으로 답했다.

코로나19 고용 전망도 불투명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취업준비 어려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취업준비 어려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문제는 경기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고용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발표한 ‘주요 고용지표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2011~2019년)에도 한국의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고용률보다 낮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한국의 15~64세 고용률은 2015년 이후 66%대에 머물며 OECD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2019년에는 OECD 평균 고용률(68.7%)보다 1.9%포인트 낮은 66.8%를 기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규제 완화, 노동유연성 제고 등으로 기업들의 고용여력을 확충하는 것이 근본적이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형준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한국의 상황을 보면 ‘고용 없는 경기회복’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회안전망을 내실 있게 구축해 노동시장의 진입과 복귀에 부담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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